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통상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과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은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중국 업체들의) ‘가격 약속’을 새롭게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올로프 질 집행위 무역담당 대변인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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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디 정저우 공장 출고 라인.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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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중국 일부 전기차 업체들은 EU의 과잉 보조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유럽 수출 시 판매가 하한을 설정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EU는 12일 보조금의 ‘해로운 영향’을 상쇄하기에 불충분하다며 공개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열린 이날 고위급 회동 결과 이 문제를 재고하기로 합의한 것은 이르면 오는 25일쯤으로 예상되는 EU 회원국 간 관세 최종 투표를 앞두고 중국에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양측은 이날 회동 뒤 각자 실무협상팀에 “상호 동의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하기로 합의했다”고 질 대변인은 설명했다. 장관급 소통 채널도 계속 가동하기로 했다.
강경했던 집행위의 입장 선회 배경에는 최근 주요 회원국들이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 계획에 우려를 잇달아 표명한 것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집행위는 앞서 중국산 전기차들이 과잉 보조금을 받아 저가에 유입돼 유럽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기존 일반 관세율 10%에 상계관세 17.0∼36.3%포인트를 추가한 27.0∼46.3%로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 계획이 5년 간 확정 시행되려면 27개 회원국 투표에서 EU 전체 인구 65% 이상을 대표하는 15개 이상 회원국이 찬성해야 한다. 관세 인상을 저지하기 위해서도 같은 요건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9일 중국을 찾아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집행위에 관세 부과 계획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스페인은 당초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에 찬성했지만 막판에 입장을 번복했다.
독일, 이탈리아도 잇달아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 시 무역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모두 인구 규모를 고려할 때 투표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집행위 입장에서는 중국과 협상을 통해 최대한 양보를 끌어내는 동시에 관세투표 부결로 체면을 구기는 상황도 대비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돔브로우스키스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이날 왕 부장에게 중국 측이 개시한 EU산 브랜디, 돼지고기, 유제품 등을 겨냥한 반덤핑 조사가 근거없는 부당한 조사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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