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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빅컷'에도 美연착륙 기대 커졌다…신규 실업수당 넉달 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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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할 것이란 낙관적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고용의 선행 지표인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빅컷(0.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으로 불거졌던 경기 침체 우려도 잦아들었다.



美 신규 실업수당 전주보다 1만2000건 감소



19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8~1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9000건으로 한 주 전(23만1000건)과 비교해 1만2000건이 줄었다. 지난 5월 12~18일 주간(21만6000건)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다. 또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2만9000건)도 밑돌았다.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지난 1∼7일 주간(182만9000건) 기준 전주보다 1만4000건 감소했다. 이는 6월 2∼8일 주간(182만1000건) 이후 3개월 만에 최소 규모다.

중앙일보

박경민 기자



미국에서는 구직 활동을 시작한 실업자들이 신청하면 실업수당을 제공한다. 이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적으면 그만큼 실업자 수도 적다는 의미라 향후 실업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Fed도 우려한 ‘고용 둔화’ 부담 일단 덜어



최근 미국 고용시장은 침체 우려가 컸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14만2000건 증가에 그치며 시장 예상치(약 16만명)를 하회했다. 특히 직전 달 발표했던 7월 비농업 신규 고용 증가 폭(8만9000건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2020년 12월(-22만7000건) 이후 가장 숫자를 기록했다.

Fed가 예상 밖 빅컷을 단행한 배경에도 이런 고용시장에 대한 걱정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 Fed는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일자리 증가가 완화됐다(moderated)”는 표현을 “둔화했다(slowed)”로 바꾸며 고용시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같은 날 제롬 파월 Fed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일자리 창출이 지난 몇달 간 낮아졌기 때문에 노동시장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고용 둔화에 대한 부담을 일부 덜었다.



연착륙 가능성에 시장 환호…S&P500 사상 최고



미국의 일자리 사정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는 분석에 Fed의 빅컷에 대한 시장 평가도 바뀌었다. 경기 침체 우려보다 경제 연착륙을 위한 ‘보험성 인하’라는 파월 Fed 의장의 설명이 설득력을 얻은 것이다.

중앙일보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39포인트(0.21%) 오른 2,580,80으로,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6.31포인트(0.86%) 오른 739.51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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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환호했다. 19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1.7%(95.38포인트) 오른 5713.64에, 나스닥 지수는 2.51%(440.68포인트) 상승한 1만8013.98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전날보다 1.25%(522.09포인트) 상승한 4만2025.19를 기록했다. 특히 S&P 500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같은 날 미국 국채 10년 물 금리도 전 거래일보다 0.01%포인트 상승한 3.71%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 10년 물 같은 장기채는 장기 경제 전망이 좋으면 금리도 따라 오른다.

미국발 훈풍은 국내 증시에도 불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과 비교해 0.49%(12.57포인트) 상승한 2593.37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전날 대비 1.19%(8.82포인트) 오른 748.33을 기록했다.



美 연착륙,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도 막아



미국 경제가 우려와 달리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금융 시장도 빠르게 안정을 찾을 전망이다. 특히 미국 경제 연착륙은 최근 글로벌 금융 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고금리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도 막을 수 있다. 미국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빠르게 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어지면서, 미·일 금리 차 축소를 우려한 엔화 투자 자금의 회수가 일단 진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주간 단위로 발표하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발표 때마다 수치 변화가 크기 때문에 미국 고용시장이 안정을 찾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향후 발표될 이번 달 미국 실업률과 고용보고서 등이 미국 경제 연착륙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사례만 들어 금리를 낮출 때 경기가 침체할 거라고 예상하는 것은 잘못된 분석”이라며 “최근 미국의 강력한 소매판매 증가세나 안정된 고용지표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까지 Fed의 빅컷은 경기 침체보다는 연착륙을 위한 예방적 인하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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