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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아들 셋·딸 둘' 자연 임신 다섯쌍둥이 국내 첫 분만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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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경기 동두천시에 거주하는 교육공무원 부부가 출산한 다섯쌍둥이 중 둘째 . 서울성모병원 제공


경기 동두천시에 거주하는 교육공무원 부부가 20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다섯쌍둥이를 순산했다.

홍수빈(산부인과)·윤영아·신정민(소아청소년과) 서울성모병원 교수팀은 20일 오전 3남 2녀 다섯쌍둥이 분만을 성공리에 마쳤다고 밝혔다. 오전 11시 37분 첫째 남아(969g), 11시 40분 둘째 남아(888g), 11시 41분 셋째 남아(953g), 11시 42분 넷째 여아(736g), 11시 43분 다섯째 여아(781g) 순으로 태어났다. 자연 임신으로 생긴 다섯쌍둥이 분만은 국내 첫 사례다. 다섯쌍둥이의 부모는 지난해 10월 결혼한 경기 동두천시에 거주하는 30대 교육공무원 부부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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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빈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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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은 단태아에 비해 저체중으로 태어났지만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섯쌍둥이는 당분간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할 예정이다.

산모는 결혼 후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찾은 산부인과에서 다낭성 난소 증후군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작은 난포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을 치료해 정확한 배란을 유도하는 첫 치료 후 바로 자연 임신이 됐다.

대학 때부터 커플로 지내다 막 신혼이 된 30대 부부는 다행히 빨리 찾아온 아가에게 태명을 ‘팡팡이’로 지었다.

하지만 아기가 한 명이 아닌 다섯이라는 소식에 첫 손주를 기다렸던 양가 어른들도 걱정이 앞섰지만 다섯 생명 모두를 지키기로 했다. 태명도 다섯으로 구성된 파워레인저에 빗대어 ‘팡팡레이저’가 되었다.

체구가 작은 산모는 졸지에 출산 예정일인 12월이 되기 훨씬 전부터 만삭처럼 배가 불렀다. 임신과 합병된 고혈압성 질환인 전자간증이 생겨 출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면서 27주 만에 제왕절개 수술을 하기로 했다.

서울성모병원 측은 개원 후 처음 있는 오둥이 분만을 위해 산부인과는 물론 허재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김세연 소아청소년과 교수, 분만실 전담간호사 등 다학제 의료진이 철저한 계획을 세웠다. 쌍둥이 제왕절개 수술은 각 태아 위치와 상태를 고려하고, 태아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술실 밖에서는 곧 세상에 나올 아가들을 차례차례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었다. 첫째부터 다섯째까지 적혀 있는 신생아 발찌, 신생아 기록지, 인큐베이터 모두 각각 5개씩 준비됐다. 신생아 한 명당 소아청소년과 교수, 신생아집중치료실 간호사, 분만실 간호사 등 모두 3명이 한 팀을 이뤘다.

같은 시간 소아청소년과 윤영아 교수팀은 분만실 바로 옆에 위치한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낮 11시 37분 첫 번째 남자아이가 나오고 곧 울음소리가 수술실에 퍼졌다. 순차적으로 수술이 이어졌고 다섯 번째 아가까지 수술실 내 처치를 마치자마자 안전하게 집중치료실로 이동했다. 남자아이 3명과 여자아이 2명이었다.

오둥이 아빠 김모씨는 “다태아 분만 명의로 알려진 전종관 이대목동병원 교수에게 진료를 보며 다섯 생명 모두를 지키기로 했지만 지인들에게도 다섯쌍둥이를 최근에야 알릴 정도로 계속 긴장하고 있던 중 갑자기 출산일이 결정되면서 분만 수술과 다섯 아이가 입원할 병실이 없어 어려울까봐 걱정이 앞섰다”며 출산을 기다렸던 초조했던 마음을 표현했다.

분만실에서 수술하는 꿈을 수술 전날 밤 계속 꿀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한 홍수빈 산부인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인 고위험 산모 분만이라 걱정도 되었지만, 이른둥이들이 입원할 병실 옆에 있는 분만실까지 와 주신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님들, 외래를 마치자마자 수술실로 오신 소아청소년과 교수님 등 의료진이 힘을 모아 주신 덕분에 산모가 계획대로 건강하게 출산해 기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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