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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선족 내세워 … 막걸리·아리랑까지 中문화재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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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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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음식 돌솥비빔밥의 조리법이 중국 지방정부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고 알려지며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그 외에도 다수의 한국 전통 무형문화유산이 중국 성급 문화재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조선족의 국적과 터전이 중국임을 앞세워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가 처음부터 자국 문화였던 것처럼 둔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지린성, 헤이룽장성, 랴오닝성 등 중국 동북지방 3개 성 지방정부의 성급 무형문화유산 등재 목록을 확인한 결과 50가지 이상의 한국 전통문화가 '조선족' 이름을 달고 중국 유산에 등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약 15년 동안 막걸리 양조 기술을 비롯해 아리랑, 씨름, 김치, 주거 건축 기술(한옥 추정)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무형문화를 성급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가장 많은 항목을 등록한 지방정부는 지린성 인민정부다. 지린성은 2007년 1차 목록부터 2021년 5차 목록을 발표하기까지 최소 56가지의 조선족 무형문화를 등재했다. 2007년 1차 발표 때에만 부채춤, 칼춤, 학춤, 접시춤, 상모춤, 그네, 널뛰기, 냉면, 전통 악기 제작 기술, 돌잡이, 환갑잔치, 전통 의복 등 19개 항목을 조선족의 문화로 등재했다.

이어 △2차(2009년) 아리랑타령, 씨름, 줄다리기, 윷놀이, 된장, 인절미, 돌솥 제작 기술, 김치, 장례 풍습 등 20개 △3차(2011년) 막걸리 양조 기술, 주거 건축 기술, 자수 등 13개 △4차(2016년) 창극(판소리 조로 연행하는 한국 극 분야) 등 1개 △5차(2021년) 농악 장단, 돌솥비빔밥 조리법, 쌀떡 제조법 등 3개 항목을 등재했다.

헤이룽장성과 랴오닝성도 비슷한 기간 각각 5차, 6차에 걸쳐 무형문화유산을 등록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물놀이, 가야금, 유둣날(유두일), 판소리, 민담, 전통 강창 기술 등이 조선족 문화로 등재됐다. 각각 중복되는 항목을 따로 분류할 경우 숫자는 더 늘어난다. 특히 랴오닝성에서는 2011년 4차 발표 당시 명절 추석까지 '조선족 추석절'이라는 이름으로 등재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조선족을 내세워 마치 자신들의 문화였던 양 등재하려는 시도는 굉장히 큰 문제"라며 "성급 문화재 혹은 국가급 문화재로 먼저 등록을 시킨 다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게 중국의 방식 중 하나로, 그 의도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2009년 중국이 한국 고유의 음악인 농악을 '조선족의 농악무'라는 이름으로 한국보다 앞서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이 조선족을 포함한 55개 소수민족까지 '중화민족'으로 인정하는 '중화민족공동체'를 강조하며 주변 문화도 중국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조선족을 관할하는 중국 지방정부의 등재 작업에 한국이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악처럼 중국이 한국의 무형문화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를 시도할 위험이 상존해 있는 것이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지난 19일 "체계적 관리 및 대응이 시급한 무형유산을 선별하는 등 추가 연구용역 수행을 통해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필요시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우선 등재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무형문화유산 외에도 역사와 문화 분야에서 중국의 왜곡 시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당장 중국의 최대 검색 사이트 '바이두'에는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임을 설명하는 영상의 조회 수가 수십만 회를 넘어가고 있으며, 위키백과 격인 '바이두백과'에는 시인 윤동주에 대해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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