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임종석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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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실세였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통일, 하지 말자”는 주장을 펴, 비판이 커지고 있다. 임 전 실장은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영토조항)도 “지우든지 개정하자”고 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통일부를 정리하자는 이야기까지 꺼냈다. 선을 넘은 무책임한 발언이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으로 1989년 임수경씨 방북을 주도한 민족해방(NL)계 운동권 출신인 그가 평생 외쳐온 통일을 돌연 부정하고 나선 건 황당하고 어리둥절하다. 정계은퇴와 정계복귀 때도 통일 운동 매진을 명분으로 삼았었다.
그는 남북한이 1991년 유엔 동시가입으로 각각 독립주권국이 된 만큼 객관적 현실인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0여 년 전 사건을 끄집어내 갑자기 상황이 달라진 것처럼 얘기하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말부터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통일 관련 조직을 없애는 등 ‘통일 지우기’에 나선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적잖다. 스스로 살아온 길까지 부정하며 북한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듯한 언급을 굳이 할 필요가 있는지 납득이 안 된다.
물론 평생의 소신도 바꿀 순 있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의 통일유예론은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헌법 전문은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해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 4조도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한다”고 못 박고 있다. 아무리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한 정치적 발언이라도 그가 공개 석상에서 헌법을 무시하듯 발언하는 건 부적절을 넘어 위험하다.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통일 국가를 이어왔다. 79년 전 나라를 되찾았지만 여전히 남북으로 나뉘어 아직 '완전한 광복'도 맞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통일은 한민족의 역사적 과제이자 시대적 염원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 공공연히 통일을 하지 말자는 주장이 나오는 건 몰역사적, 반헌법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임 전 실장은 남북 정권의 대립적 접근으로 통일이 멀어 보일수록 그 가치를 알리고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나서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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