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준 진정제를 먹고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모르는 남성 50명에게 성폭행당한 지젤 펠리코.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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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한 여성이 모르는 남성 50명에게 성폭행당한 사건을 두고 "죽진 않았다"며 실언한 소도시의 시장이 결국 사과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프랑스 남동부 마장의 루이 보네 시장은 지난 10일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연루됐거나 피해자가 죽었다면 상황이 더 나쁠 수도 있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의) 가족은 힘들겠지만 삶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쨌든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인터뷰는 전례를 찾기 힘든 성범죄 사건으로 지역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는 점을 부각하는 보도에 포함돼 최근 방송됐고, 이후 그는 여론의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보네 시장에 대해 "수치스럽다"며 "우리는 이런 성범죄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시장직 사퇴까지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비난이 거세지자 19일 그는 성명을 내고 피해자와 가족 등에게 사과했다. 보네 시장은 "제 발언이 비열한 범죄의 심각성을 최소화했다고 비판받고 있는데 그 발언이 충격적이라는 걸 알고 있으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9월 초 재판이 시작된 이후 6000명이 사는 우리 지역은 끊임없이 언론에 압박받았다"며 "외국 언론과 인터뷰한다는 부담에서 나온 신중치 못한 발언에 상처 입은 여성들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끔찍한 이야기는 우리 지역사회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며 "하지만 저는 이 상처가 피해자와 그 가족이 겪은 고통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 사건은 마장에 사는 도미니크 펠리코(72)가 2011년 7월∼2020년 10월 부인 지젤 펠리코(72)의 술잔에 몰래 진정제를 넣어 의식을 잃게 한 뒤, 인터넷 채팅으로 모집한 익명의 남성을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를 성폭행하도록 한 사건이다. 도미니크와 그의 제안에 응해 지젤을 성폭행한 남성 50명은 함께 재판에 넘겨져 이달 초부터 재판받고 있다.
재판 초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그들의 사생활 보호 등을 운운하며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하지만 피해자인 지젤이 공개 재판을 희망해 전 과정이 방청객과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지젤 측은 "부끄러움은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들 몫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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