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사무실에서, 장례식장에서…
레바논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폭발을 일으킨 건 무선 호출기와 무전기였습니다.
3000여 명 사상자 상당수는 20대 남성으로 알려졌지만, 레바논은 헤즈볼라와 무관한 민간인의 피해도 크다고 밝혔습니다.
[피라스 아비아드/레바논 보건부 장관]
"목숨을 잃은 간호사가 있습니다. 중상을 입은 의료진 3명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일은 민간인 환경에서 일어난 일이지, 전쟁터에서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군 비밀 첩보 기관 8200부대가 몇 년 전부터 준비해 온 작전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령 회사를 만들어 헤즈볼라가 주문하는 기기에 미리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겁니다.
[코비 삼부르스키/ 전 8200부대 요원]
"물론 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지만, (8200부대의) '뭐든 할 수 있다' 정신의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헤즈볼라는 즉각 이스라엘에 보복을 다짐했고,
이스라엘 역시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면서 사실상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전쟁의 무게 중심이 (레바논 접경지대인)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미처 마무리되지도 않은 지금,
이스라엘은 왜 헤즈볼라를 도발한 걸까?
복수의 싱크탱크에서는 계획에 없던 '사고'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헤즈볼라가 호출기의 이상을 감지하고 회수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에,
이스라엘에서 애써 공들인 작전이 '물거품' 되기 전에 서둘러 폭발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백승훈/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
"다른 걸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요. 이스라엘에서 갑자기 이 순간에 왜? 헤즈볼라와 전쟁이 시작되면 이건 1년 안에 끝낼 수 있는 전쟁은 아니거든요. 하마스보다 (헤즈볼라가) 거의 3배에서 4배의 군사력을 갖고 있다고 해요."
대내외적으로 비판 여론에 직면한 네타냐후의 '승부수'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가자 전쟁이 장기화되고 인질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반전 여론이 높아진 상황입니다.
자국민의 사기를 북돋고 이스라엘의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며 이를 돌파하려는 노림수일 수 있습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수장이) 진짜 놀란 것 같더라구요. 굉장히 멍한 표정이었어요. 통신망 망가졌죠, 그리고 대원들도 정말 물리적으로 많이 다쳤죠. 이 여세를 몰아서 이스라엘이 또 계속 폭격하고 있잖아요."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후방 지원해 온 헤즈볼라에 대한 '자위권 발동'을 주장하고 있지만
레바논은 민간인 피해 상황을 호소하며 국제 사회의 제재를 촉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심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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