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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코로나 이후로 잃어버린 후각…냄새 안 돌아오면 ‘이 증상’ 조심하세요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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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의 쓸모, 요하네스 프라스넬리 지음, 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후각장애 이후 기능 복구때
우울증·불안장애 환자 많아


매일경제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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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후각에 단순히 ‘냄새를 맡는 것’ 이상의 대단한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 책은 최근 뇌과학 등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가 이뤄지는 후각과 후각장애에 주목해 그 잠재적 가능성을 소개한다.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뇌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후각을 잃는다. 실제로 코로나19 유행 때 부작용으로 후각 상실을 겪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어떤 경우는 금세 돌아오지만, 또 어떤 경우는 오랫동안 이런 증상이 지속된다. 기침이나 열, 호흡곤란, 두통 같은 아픔에 비하면 부차적인 증상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더 큰 질병의 징후일지도 모른다.

캐나다 퀘벡대 해부학과 교수이자 의사,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2019년 실시한 연구에서 후각장애를 6~12개월 동안 겪은 후 기능이 복구된 이들 중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에 시달리는 환자가 많다는 점을 발견했다. 저자는 후각과 우울증 사이에 단순히 심리적 이유가 아닌, 뇌 중추의 손상이란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우고 연구 중이다. 뇌의 가장 오래된 부위인 대뇌변연계에서 인간 감정과 후각 정보를 함께 처리한다는 것이다. 뇌진탕 등으로 이 부위가 손상되면 냄새를 맡지 못하고, 우울증과 불안장애도 표출될 수 있다. 이 가설이 증명된다면 후각 검사로 조기에 우울증 위험성을 판단할 가능성도 생긴다고 저자는 내다본다.

매일경제

냄새의 쓸모


저자는 또 후각장애가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의 징후가 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뚜렷한 증상 없이 진행되는 이들 신경퇴행성 질환의 초기 단계에 후각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90% 이상이라고 한다. 두 질병 모두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신경세포에 단백질 변형이 일어난다는 점이 보고돼 있다. 병을 완전히 막거나 치료할 수 없기에 지금으로선 조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한데, 후각이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물론 후각장애의 원인은 다양하다. 후각장애가 있다고 무조건 알츠하이머나 우울증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사실 뇌·신경세포 손상은 심각한 경우고, 비부비동염 등의 코점막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가장 많다. 코로나19처럼 바이러스 감염으로 후각 기능이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다. 다만 저자는 “후각 상실은 ‘조기 경고 증상’으로 볼 잠재력이 있다”며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어떻게 이런 질병이 생기는지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후각장애와 질병에 관한 연구 외에도 인간 진화와 기억,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치는 냄새의 다양한 특성을 다룬다. 또 소믈리에가 향과 맛으로 와인을 감별해내듯, 후각도 훈련을 통해 단련할 수 있다. 이들 내후각피질이 일반인보다 더 두껍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소개한다. 잡식성 동물인 인간이 육식성인 개보다 과일 향 등을 잘 맡을 수 있고, 냄새를 해석해내는 능력은 더 뛰어나다는 점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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