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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5년째 피해 없는 적조 대신 고수온이 여름철 양식업계 최대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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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남 고수온 피해 '눈덩이'…적조 위기경보는 가장 낮은 '관심' 단계

연합뉴스

거제 해상가두리 양식장 고수온 폐사 조피볼락
[거제 어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통영=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경남 남해안 해상가두리 양식 어민들은 지난 추석 연휴 때 고수온으로 죽어 떠오르는 물고기를 건져내야 했다.

추석 연휴와 그 이후에도 폐사가 이어지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올해 고수온 피해 규모는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역대급 맹위를 떨친 늦더위 영향으로 경남 연안 바닷물 온도가 9월 중·하순에도 여전히 29도를 오르내린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바다 표층 수온이 25도에 이르면 고수온 예비특보를, 28도까지 오르면 주의보를, 28도가 넘으면 경보를 발령한다.

경남 남해안 전역은 지난달 16일부터 한 달 넘게 고수온 경보가 유지 중이다.

이윤수 경남어류양식협회 회장은 22일 "올여름 바닷물 온도가 물고기가 견디기 힘든 30도까지 올랐다"며 "뜨거운 목욕탕 물이나 마찬가지였다. 과거 겪어보지 못한 수준으로 바닷물이 달아올랐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통영시 산양읍 바닷가에서 참돔, 조피볼락(우럭) 등을 키운다.

그 역시 올여름 고수온으로 조피볼락 대부분을 잃었다.

해마다 여름철 큰 걱정거리였던 적조 대신, 고수온이 양식업계 최대 재난으로 부상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추석을 앞둔 지난 11일 오후 적조 위기경보 단계(관심-주의-경계-심각)를 '주의'에서 가장 낮은 단계인 '관심'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28일부터 남해안 전 해역에 적조 생물이 출현하지 않아 위기경보 단계를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낮췄다.

통상 여름에 발생하는 적조 특성상, 위기경보 단계가 이대로라면 2020년부터 5년째 경남에서 적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조 대신 고수온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더 큰 피해를 불러오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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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온이 멍게를 삶았다"
지난 8월 26일 경남 통영시 한 멍게 양식 어장에서 어민이 고수온에 내장이 터져 뿌옇게 보이는 폐사한 멍게를 건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해상 가두리 양식장 면적이 가장 넓고, 양식어류 마릿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남이 고수온에 더 취약하다.

올해 경남지역 고수온 어패류 폐사 피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19일 기준 통영시·거제시·고성군·남해군·하동군·창원시 등 경남 연안 6개 시군 양식장에서 양식어류 2천645만2천마리, 전복 9만마리, 멍게 4천777줄(멍게가 붙은 봉줄), 미더덕 316줄이 폐사해 565억3천200만원 피해가 났다.

경남도가 지난 5월 말 파악한 양식장 어류 입식량은 2억900만마리다.

경남 양식어류 13% 정도가 고수온으로 대량 폐사했다.

역대 최대 피해가 났던 지난해의 1천466만마리 폐사(207억원 피해) 규모를 훨씬 초과했다.

수산당국은 가을비치고는 매우 많은 비가 내린 20∼21일을 고비로 다음 주부터 바닷물 온도가 내려가길 기대한다.

어민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고수온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윤수 회장은 "차광막 설치, 해수펌프 가동, 면역증강제 투여 등 갖은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고수온 피해를 막을 수 없었다"며 "기후변화로 바다 환경에 큰 변화가 있는 걸 절감한다. 고수온에 강한 양식어종 개발, 품종개량 등 중장기적 해결책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경남도는 적조 대책 못지않게 고수온 대책을 충실히 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진영 경남도 수산정책과장은 "여름철 자연재해 패턴이 적조에서 고수온으로 옮겨가는 상황에 맞춰 고수온 피해를 줄이는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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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가두리양식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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