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2 (일)

로봇·ESS용 배터리서 새 활로 찾을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앤컴퍼니 직원들이 회의할 때 큰 화면에 띄워두는 프레젠테이션(PPT)엔 표지·목차·첨부 파일이 없다. 모여 있는 직원들 손에 종이 한 장 들려 있지 않다. 화면에 공유된 자료는 가공하지 않은 '날것'의 데이터뿐이다.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의 복장도 반바지부터 운동화까지 자유로우며 서로를 '○○님'이라고 부른다. 회의를 위한 회의를 없애겠다는 취지이자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프로액티브(Proactive) 문화'의 단면이다.

프로액티브는 사전적 의미로 상황을 앞서서 주도한다는 뜻이다.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 불필요한 형식과 수동적 자세를 지양하고 적극적이고 '애자일(기민한)'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1년 3월 탄생한 사업형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의 수장으로 외부에서 영입돼 '조현범의 브레인'으로 알려진 안종선 대표는 '형질전환(形質轉換)' 수준의 혁신을 요구하는 조 회장의 뜻을 경영으로 구현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앤컴퍼니는 단순히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에 따른 로열티를 받는 지주사가 아니다. 자체적으로 사업을 하며 수익을 창출해 일반 지주사와 구별된다. 한국앤컴퍼니는 2020년까지 순수 지주사였다가 자회사 한국아트라스비엑스(HABX)를 흡수합병해 사업형 지주사로 변모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혁신 드라이브의 최전방에 서 있는 안 대표는 에너지솔루션(ES) 사업을 이끄는 동시에 지주사 수장을 맡아 새 먹거리를 찾고 판을 짜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안 대표는 기업 문화부터 사업 체질 개선 등 전방위에서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 내 여러 조직 이름에서 혁신이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는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를 관통하는 건 프로액티브 문화라는 설명이다.

프로액티브 문화는 호칭, 출퇴근 제도부터 회의 문화, 업무 방식에서 전 계열사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 디지털 전환을 기본으로 한 하이테크(High tech)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목표에서다.

안 대표는 "여러 혁신을 단행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건 일하기 좋은 조직"이라며 "끊임없이 혁신하기 위해 개인과 조직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움직이지만, 그 기본엔 배려와 존중이라는 여유를 갖고 일하는 걸 추구한다"고 말했다.

회의 시간을 짧게 줄이고 서로 존댓말을 쓰는 것, 공유와 동시에 보안 수준을 높이는 것 등 겉보기엔 쉽지만 회사의 진정한 변화를 만드는 일을 위해 모두가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직원 간 소통도 회사의 핵심 덕목이다. 사무실을 처음 설계할 때도 개방형 구조를 택했다. 한국앤컴퍼니는 무엇보다 구성원 개개인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안 대표는 "우리 회사는 신입이든 정년을 앞둔 사람이든, 그 동료 자체의 가치를 존중한다"며 "신입사원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경력이 오래된 구성원의 연륜과 노하우 모두를 존중하고 상호 공존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핵심 회사 문화"라고 설명했다.

사업형 지주사인 만큼 비즈니스적 성과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자동차용 납축전지 제조가 핵심인 ES사업은 한국앤컴퍼니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를 맡고 있다. 회사 매출의 80%를 책임진다. 납축전지는 차의 시동과 전자장비 작동에 관여하는 배터리를 말한다.

한국앤컴퍼니는 ES사업 호조 등에 힘입어 올 2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에 가까운 매출 신장(3635억원)을 이뤄냈다. 영업이익은 180% 늘어난 1248억원이다. 특히 ES사업 부문은 올해 매출액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북미·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성과가 올라갔고 미국 공장 안정화, 프리미엄 배터리 판매 비중 증가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결과다.

안 대표는 "자동차용 납축전지 제조를 기반으로 향후 전기차 핵심 부품인 리튬배터리 시장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며 "연간 약 1700만대에 달하는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지난해 글로벌 기준 자동차 납축전지 7위 기업으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지주사로서의 한국앤컴퍼니 역할은 더 막중하다. 전문경영인으로서 그룹 전반의 전략과 미래 로드맵을 구상하고 현실적 방안까지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신성장을 위한 새로운 혁신을 구상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계열사 간 시너지가 있어야 새로운 성장이 가능하다"며 "각 사업 전문성과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타이어·정보기술(IT)·금형·부품 등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계열사에 전략적 투자도 단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이테크놀로지 기업으로 변모하며 디지털 전환 가속,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한 새 먹거리 확보가 지주사의 핵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한국앤컴퍼니의 글로벌 진출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목표다. 납축전지 배터리 생산 역량을 높이면서 산업용 시장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기존 납축전지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리튬이온전지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전장용 리튬이온배터리 선점이 목표"라며 "ESS, 로봇, 모빌리티 전반을 아우르는 산업용 시장까지 배터리 사업을 확장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종선 대표 △1969년생 △1987년 대광고 △1991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학사 △1993년 서울대 기계공학 석사 △2000년 시카고대 MBA △1993년 삼성전자 연구원 △2000년 맥킨지 매니저 △2004년 두산 실장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 2021년~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박소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