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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1.85%' 놓고 뜨거워진 영풍정밀...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핵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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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영풍 장형진 고문(왼쪽)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사진 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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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에서 매출 1400억원 규모의 고려아연 계열사 영풍정밀이 격전지로 떠올랐다.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고려아연과 함께 영풍정밀 주식도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 중이다.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85%를 우호 지분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경영 중인 영풍정밀은 고려아연의 ‘대표선수’를 자처하며 장형진 영풍 고문과 MBK 등 을 고소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영풍정밀 주가는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다 지난 20일 2만550원에 마감하며 공개매수가 2만원을 넘어섰다. 영풍과 MBK가 공개매수 계획을 밝힌 지난 12일 주가(9370원) 대비 현재 84% 가량 상승했다.



영풍정밀은 어떤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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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영풍정밀은 아연제련 공정에 쓰이는 산업용 펌프와 유·기체 이송 배관용 밸브 등을 제조해 고려아연과 외부 기업에 공급하는 사업을 한다. 소유와 경영 모두 최씨 일가가 맡고 있다. 최대주주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어머니인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지분 6.27%를 보유했다. 유씨가 소유한 유미개발의 지분 5.41%, 최윤범 회장 지분 2.75%를 포함해 최씨 일가가 영풍정밀 지분의 35.24%를 갖고 있다. 영풍정밀 회장은 최 회장의 숙부인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이다.

최 회장 측은 장형진 영풍 고문 측과의 분쟁에 대비해 2022년부터 영풍정밀을 통해 고려아연의 지분을 매입해 현재 1.85%까지 늘었다. 상대보다 1주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지분 경쟁에서 1.85% 지분율은 상당히 유의미한 규모라고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MBK는 왜 영풍정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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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이러한 영풍정밀을 MBK도 적극 활용하겠다고 나서면서 이번 경영권 분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시총 약 3200억원인 영풍정밀은 소액주주 지분율이 40%에 육박해 지분 매집이 쉬운 구조다. MBK가 공개매수로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해 고려아연 지분 1.85%를 차지하는 우회로에 성공한다면, 고려아연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보다 자본을 적게 투입하고도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공개매수 성공시 현재 장씨 일가의 보유 영풍정밀 지분(21.25%)까지 합쳐 MBK·영풍 측 지분은 최대 65%까지 늘어난다.

MBK 측 공세가 시작되자 영풍정밀은 소송전 선봉에 서는 등 고려아연 측 입장을 적극 대변하는 모습이다. ‘영풍의 주식 4.39%를 보유한 주주’라 밝힌 영풍정밀은 지난 20일 “고려아연 측 대표선수로 나서 장형진과 영풍 사외이사 3인, MBK파트너스와 관계자 5인을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밀실 공모’로 이뤄진 계약으로 인해 영풍은 손해를 보는 반면 MBK와 김광일 MBK 부회장은 이득을 취하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라며 “특히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장형진 고문의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대항 공개매수 가능성



고려아연과 영풍·MBK의 장외전은 주말에도 지속됐다. 고려아연 사외이사 7인은 21일 성명서를 통해 “고려아연 경영진은 그동안 사외이사의 건전한 감시와 견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건전하게 운영됐다”며 “사모펀드의 적대적 M&A로 인해 고려아연의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현 경영진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고려아연은 22일 “영풍과 MBK 측은 기업의 재무 상태를 자의적 기준에 따라 왜곡하며 이른바 ‘통계조작’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이미 평가가 이뤄진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 중 2곳의 평가와 전혀 다른 평가기법을 적용해 결과를 왜곡하며 투기 자본의 적대적 M&A의 속내를 감추기에 급급하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갈등의 원인, 세계 비철금속 업계 1위에 오른 고려아연의 경쟁력 등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이 대항 공개매수를 위해 우군을 확보하려는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일본으로 출국해 해외 협력사,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사모펀드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들의 지지도 확인 중이다. 최 회장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최근 회동을 갖고 현재 상황을 공유했다고 한다. 한화 관계자는 “이번 공개매수로 인하여 경영권 분쟁 상태가 장기화 될 경우 사업협력의 성공 가능성과 지속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라며 “협력관계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화그룹은 고려아연 지분 7.75%를, 현대차는 5.05%를, LG화학은 1.89%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MBK는 22일 "고려아연 측이 대항공개매수를 위해 개인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더라도 통상적인 담보인정비율(LTV) 수준의 주식담보대출에 그쳐 2조원 자금 모집에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MBK 측은 “최 회장이 이사회를 무력화했다”라며 “(이사회가) 제 기능을 했다면 5600억원 원아시아파트너스 출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에 활용된 투자, 완전자본잠식 이그니오홀딩스 5800억원 인수는 가당치도 않다”고 맞받았다. 이어 MBK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독립 리서치 플랫폼 ‘스마트카르마’가 “고려아연의 부실투자, 수익성 악화, 유상증자·자사주 교환으로 늘어난 유통주식 수 등 3가지 우려 사항들은 타당하다”고 분석한 내용을 소개했다.

박해리·김도년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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