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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투데이 窓]세계 수준의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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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전 세계적으로 백신, 치료제, 유전자 치료 등 첨단 바이오기술이 질병치료의 수단을 넘어 한 국가의 경제성장과 국민 삶의 질을 동시에 책임지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첨단 바이오분야를 국가의 경제적 성장과 안보를 동시에 책임지는 국가전략기술과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선정해 집중육성한다.

바이오기술과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정부 정책 중에서도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 육성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는 연구기관, 대학, 기업 등이 밀집해 협력과 혁신을 촉진하는 공간으로 기술개발과 상용화의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는 중요한 인프라다. 클러스터 내의 협업구조는 단순한 물리적 집합체를 넘어서 신약개발의 초기단계부터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긴 과정에서 실패의 위험을 분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시장진입을 가속화하는 등 혁신을 촉진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 육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여전히 몇 가지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우선 지역간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 수도권에 바이오산업의 주요 인프라와 인력이 집중돼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경쟁해야 한다. 특히 비수도권에선 우수인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다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협력이 부족하다.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기술을 갖춘 해외 제약사와의 협력강화가 필수다. 그러나 현재까지 글로벌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사례가 적고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정책적 지원부족으로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의 도약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클러스터간 협력과 통합이 미흡하다. 각 지역에 산재한 바이오 클러스터는 독립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지만 바이오산업 생태계가 통합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조율이 부족하다. 특히 지역간 협력부족으로 각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가 가진 강점이나 혁신요소들이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최근 대전(유성), 인천·경기, 강원(춘천·홍천), 전남(화순), 경북(안동·포항) 5개 지역을 바이오분야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특화단지는 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전략산업의 혁신적 발전 및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정되며 인허가 단축, 세제혜택, R&D 지원 등 다양한 특례혜택이 부여된다. 특화단지는 기존 개별적인 클러스터에 비해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있어 바이오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평가된다.

특화단지가 기존 클러스터와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부분이 존재해 국가 차원의 바이오산업 생태계 육성 및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일부 우려도 있다. 다행히 특화단지에 대해서는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이 수립돼 지역의 특화된 강점분야를 살리면서도 전반적인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장기적인 비전 아래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하며 민간과의 연계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제협력과 투자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바이오산업은 이제 대한민국이 미래를 걸고 집중해야 할 핵심산업이다. 세계 수준의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해 우리나라가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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