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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4년 만에 또…카톡 이어 '암구호 담보 대출'에 軍 기강 '뭇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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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단톡방서 암구호 공유 물의…이번엔 사채업자 여럿에게 유출

연합뉴스

군 검문 경계
[장현경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군부대 간부들이 3급 비밀인 암구호를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급전을 끌어 쓴 황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군 기강해이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예비역 등 누리꾼은 이보다 4년 전 육군 전방 부대에서 불거진 암구호 카카오톡 공유 사건을 언급하며 군 기강 다잡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전날 보도된 '암구호 담보 대출' 기사와 관련한 게시글과 댓글이 쏟아졌다.

군 관련 커뮤니티 회원들은 '대한민국 군대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느냐', '이게 현실이란 게 더 놀랍다', '군인들이 이제 나라도 팔아먹겠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일부 예비역 회원은 '이미 암구호가 카톡에 공유됐는데, 사채업자에게 넘어간 게 무슨 문제냐'고 자조적 반응을 보였다.

이들이 언급한 암구호 카카오톡 공유 사건은 2020년 2월 전방인 강원지역 모 부대에서 발생했다.

당시 한 일병은 외박 복귀 전 동기생활관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 당일 암구호 답어(答語)를 물어봤고, 동기 중 1명이 이를 알려줬다.

뒤늦게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해당 일병은 위병소를 쉽게 통과하려고 동기들에게 암구호를 물어봤다고 털어놨다.

원래대로라면 당일 암구호를 알지 못하는 외박·휴가자는 별도의 출입 절차를 거쳐 위병소를 통과해야 했다.

당시 해당 부대는 다른 보안상 외부 유출은 없었다며 해당 일병 등 2명에게 근신 15일 처벌을 내렸고, 전 장병을 대상으로 보안 교육을 했다.

4년 만에 다시 불거진 이번 '암구호 담보 대출' 사안은 이전 카톡 공유 사건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당시에는 현역 군 장병들만 있는 채팅방에서 암구호가 공유됐지만, 이번에는 민간인인 사채업자 여럿에게 군사기밀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정치권에서도 군부대의 기강해이에서 비롯된 이번 암구호 담보 대출 사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사채업자한테까지 털린 군사 안보, 윤석열 대통령은 말 잔치 전에 '진짜 안보'를 먼저 챙겨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사 보안에 구멍이 뚫린 수준이 아니라, 자동문을 달아놓은 수준"이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 국가 안보 문란 사태가 끊이지 않는데, 정부는 말뿐인 '겉멋 안보'만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방보안업무훈령에 따라 3급 비밀로 규정된 암구호는 단어 형식으로 매일 변경되고, 전화로도 전파할 수 없다. 유출되면 즉시 폐기되고 암구호를 새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보안성이 강조된다.

국군 방첩사령부는 충청지역 모 부대 간부 등이 암구호를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대출받은 정황을 확인하고 검경과 합동 수사를 진행했다.

사건에 연루된 군인들은 대부분 20∼30대 간부급으로 가상화폐 거래나 투자 등을 위해 급전을 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조만간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으로 이들을 기소할 예정이다.

전북경찰청과 전주지검은 "현재 단계에선 사건에 대해 구체적 사실을 공개하는 건 어렵다"며 "기소 이후 수사 결과에 대해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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