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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누수 공사 중 여행가방 속 시체 16년만에 발견…범인은 당시 동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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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경찰서, 살인 후 사체 은닉한 50대 구속
원룸 보일러실에 가방에 넣고 시멘트로 덮어
가족 실종 신고받은 경찰, 주거지 방문 조사
“특이점 없다” 종결…초동수사 미흡 논란


16년전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가방에 넣어 원룸 보일러실에 시멘트로 은닉한 50대 남성이 구속됐다. 피해여성은 원룸 주인이 최근 누수공사를 하던 중 발견되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경남 거제경찰서는 16년 전 동거녀를 살해하고 사체를 은닉한 50대 남성 A씨(58)를 살해 혐의로 검거해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의 악연은 지난 1998년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피해자 B씨(당시 20대)는 부산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DJ(당시 30대)로 일하던 A씨와 처음 만나 교제를 해왔다. 이후 A씨와 B씨는 지난 2007년부터 약 1년간 거제의 한 원룸 옥탑방에서 동거를 했다.

그러다 사건이 발생한 2008년 10월10일 오후 2시께 A씨(당시 40대)는 주거지에서 동거중이던 30대 여성 B씨와 다툼을 벌이다 둔기로 B씨의 머리와 얼굴 등을 폭행해 살해했다. 특히 A씨는 살해 후 B씨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주거집 옆 야외 베란다로 옮긴 뒤,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부어 숨겼다. A씨는 범행도구와 B씨의 휴대폰 등 소지품을 인근 앞바다에 버리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로인해 A씨의 범죄행각은 지난 16년간 발각되지 않았다.

A씨는 B씨를 살해한 이후 지난 2016년까지 해당 원룸에서 살다 필로폰 투약혐의로 1년간 실형을 받았다. 이후 2017년 출소후 자신의 주거지가 있던 거제로 내려오지 않고 가족이 있는 양산으로 이사했다. 이후 사건이 발생한 해당 원룸은 계속 비어있었다.

그러다 7년이 흐른 지난 8월 원룸 주인이 누수공사를 의뢰해 해당원룸에서 작업을 하던 중 피해자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당시 함께 살았던 A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최근 양산의 주거지에서 검거했다. A씨는 범행사실을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필로폰 투약 사실도 추가로 확인돼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경찰의 초동 수사 미흡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피해자 B씨가 실종된 지 3년 후인 2011년께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접수하면서 당시 경찰은 B씨의 주거지를 찾아 A씨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A씨는 당시 경찰에게 “싸우고 집을 나가 헤어졌다. 나갈때 작은 가방만 들고 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특별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미제 실종 사건으로 종결했다. 그러나 경찰이 해당 주거지에 3년이 지났는데도 B씨의 옷가지가 그대로 있었던 점, B씨의 친구와 동거남인 A씨, 두명만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B씨가 실종된지 3년이 지난 시점에 접수가 이뤄졌고, 범죄 특이점을 찾지 못해 사건을 종결했다”며 “사체은닉 혐의는 공소시효가 소멸돼 살인혐의로만 입건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최근 경남 거제의 한 원룸 베란다에서 발견된 여성시신. 범인인 50대 남성은 16년전 이 시신을 여행용가방에 넣어 벽돌을 쌓아 시멘트 작업을 해 은닉했다./경남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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