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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유연성이 美해군 러브콜의 비결"…WSJ, 韓조선업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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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 건조 속도·비용 훨씬 저렴…美해군장관 "미국에 투자해달라"

연합뉴스

美해군장관, HD현대重 울산본사 방문
[HD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정부 보조금의 힘으로 성장한 중국 조선업계에 맞서 한국 조선업계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유연성'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미국 해군의 함정사업 협력 논의 대상인 한국 조선업계의 장점을 소개했다.

일단 세계 최대의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울산 본사에 설치한 10개의 드라이 독(선박건조설비)에서 매년 40~50척의 군함과 상업용 선박 주문을 소화한다.

1만4천여명에 달하는 HD현대 근로자들도 필요에 따라 군함이나 상업용 선박 건조 현장에 배치된다.

한 조선소에서 군함과 상업용 선박을 만드는 유연성은 미국이나 유럽의 조선업체에선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WSJ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 조선업계는 경기의 부침과 선박 주문의 증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만, HD현대는 외부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으로 주문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설비투자가 필요한 데 비해 수익률은 갈수록 떨어져 '사양산업'으로 꼽히는 국제 조선업계에서 이 같은 유연성은 생존의 원동력이 됐다.

중국의 경우 공산당이 1천억 달러(약 133조5천400억 원)가 넘는 보조금을 쏟아부어 조선업계를 육성했다.

이에 비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만 해도 세계 최고의 조선 능력을 자랑하던 미국은 수백개에 달하던 조선소의 수가 수십 개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과정에서 1980년대 600척 안팎의 군함을 보유하며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자랑하던 미국은 현재 보유 군함 수가 반토막이 난 상태다.

미국은 상업용 선박 보유량에서도 중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4월 미국 연방의회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보유한 트레일러 선박은 약 7천 척이나 되지만, 미국은 약 200척에 불과하다.

만약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고, 중국이 미국으로 가는 각종 상품의 운송을 거부한다면 미국의 공급망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이 선택한 것은 중국과 함께 세계 조선업계에서 '톱3'를 형성하는 한국과 일본 조선업계와의 협력이다.

미국은 현행법상 군함을 외국에서 건조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은 HD현대 등 한국 조선업체들이 미국에서 직접 조선소를 운영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실제로 한화그룹은 지난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에 대해 미국 해군은 한화그룹의 미국 조선업체 인수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필수인 미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지난 2월 울산을 방문한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 장관은 HD현대 인사들에게 "미국에 투자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HD현대의 군함 건조 속도와 비용이 미국에 비해 훨씬 빠르고 저렴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기선 부회장은 "세계 1위 조선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노하우와 역량을 십분 활용해 미국과 다양한 협력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美해군장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방문
[한화오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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