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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레바논, ‘제2의 가자’ 되나···‘지상전 불사’하겠다는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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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레바논 남부 상공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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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 공격을 주고받으며 양측의 전면전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필요하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레바논 내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 있는 헤즈볼라 관련 목표물을 향해 “광범위한 정밀 폭격”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레바논 내 지상군 투입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엔 “이스라엘 북부의 안보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지상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북부 지역에 가자지구에서 강도 높은 지상 작전을 벌였던 98사단을 배치하는 등 잇따라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내 지상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전면전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속속 감지되며 최근 미국 정부는 레바논 내 자국민에게 현지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이미 지난달 레바논 내 자국민들에게 철수를 권고했던 중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자국민을 향해서도 가급적 빨리 현지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연일 상대방을 향한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날 헤즈볼라는 순항미사일과 로켓, 무인기(드론) 등 150기를 발사해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일대를 공격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인 이라크이슬람저항군도 이날 새벽 이스라엘을 겨냥해 드론 공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자국 영토를 평소보다 더 깊숙이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간 헤즈볼라의 공격은 갈릴리와 골란고원 등 국경지대 이스라엘군 시설에 집중됐으나, 점차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 인근까지 확대되며 이스라엘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하이파는 이스라엘 제3 도시로 레바논 국경에서 약 27㎞ 떨어져 있다.

이스라엘군은 방공망을 가동해 로켓과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했으나, 하이파 외곽 마을 키르얏 비알릭에선 로켓이 주거 지역에 떨어져 주택 2채가 파손되고 3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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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 인근의 키르얏 비알릭에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으로 주택과 자동차가 파손돼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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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채널 12는 정보 출처는 밝히지 않은 채 헤즈볼라가 조만간 이스라엘 영토의 더 깊숙한 곳까지 공격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이스라엘 주민 150만명이 헤즈볼라의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황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도 헤즈볼라를 향한 고강도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 밤샘 공습을 가해 최소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내고 “헤즈볼라가 상상하지 못했던 연쇄 타격을 입었다”면서 “헤즈볼라가 아직 (공격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다면 장담컨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 2인자인 나임 카셈은 최근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으로 사망한 특수부대 라드완군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과 대원들의 장례식에서 “전쟁이 새로운 장으로 접어들었다”며 헤즈볼라가 “한계 없는 전투”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17일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 구성원 등이 소지한 무선 호출기(삐삐) 수천대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며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후 양측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약 3200명의 사상자를 낳은 삐삐·무전기 폭발 공격에 이어 지난 20일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표적 공습하며 헤즈볼라를 압박하고 있다. 사령관 아킬을 겨냥한 이 공습으로 9층 아파트 건물이 무너지면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45명이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 16명은 아킬 등 헤즈볼라 주요 지휘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양측의 전면전으로 레바논에서 지상전이 시작된다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 모두에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가자지구에서 1년 넘게 지상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섣불리 전선을 레바논으로 확대한다면 레바논 내 대규모 민간인 피해는 물론이고 이스라엘군이 입을 부담과 타격도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영국 가디언의 국방 분야 에디터인 댄 사바그는 헤즈볼라가 3만~5만명에 이르는 병력과 비슷한 규모의 예비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1년간 폭격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가자지구에서 싸우고 있는 하마스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유능한 군사력”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양측이 전면전을 벌일 경우 이스라엘군이 100% 우위에 있을 것이란 생각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레바논이 ‘제2의 가자지구’가 되어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분쟁이 훨씬 강력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며, 레바논이 또 다른 가자지구로 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니 헤니스 플라샤르트 유엔 레바논 담당 특별조정관도 레바논 남부에 “재앙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동의 긴장 고조를 우려한다며 “확전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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