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의 신상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 '감사한 의사'를 유포한 사직 전공의 정 모씨가 20일 경찰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24.9.2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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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김규빈 기자 = 그만두지 않고 현장에 남은 의사·의대생의 신상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해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모 씨를 돕자는 취지의 모금 행렬이 의사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그의 변호사비가 수천만 원인데 관련 단체의 도움이 없다는 내용이 알려진 뒤 일각에서는 블랙리스트 작성을 정부를 향한 항거라고 두둔하며 적극적으로 모금에 나선 분위기다.

2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면허 번호 인증 등을 거쳐야 가입되는 의사·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정 씨에게 송금했다는 인증 글이 지난 주말부터 올라오고 있다.

의사들의 카톡방을 중심으로 "구속된 전공의의 변호사비가 수천만 원인데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의 금전적 도움이 없다더라"는 내용이 퍼진 뒤 모금 운동으로 번진 양상이다.

일부 개원 의사들은 "약소하지만 보냈다. 더 벌어 2차 인증하겠다"며 100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 송금 내역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본인을 사직 전공의라고 소개한 글 게시자는 "조용히 입금만 하려다가, 후원 릴레이 보고 누군가는 심하게 긁힌다길래 저도 한번 긁어보고 싶다"고 적었다.

이어 "한동안 무기력했는데 오늘은 보람차다. 이런 시기에도 병원과 환자 곁을 지켜주시는 '감귤 선생님들' 일 많이 하시고 적게 버세요"라며 현장 전공의 등을 비꼬기도 했다.

이밖에 "동료의 구속을 듣고 마치 제가 구속당한 것 같이 마음이 아프고 두려웠다", "일회성으로 끝날 후원은 아니라 소액밖에 못 했다"는 등 각자 소회를 밝힌 글들도 이어졌다.

특히 정 씨의 구속이 부당하다거나, 의협이 정 씨가 구속되기까지 법정 의사단체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적 글도 게시된 걸로 전해진다.

"구속된 전공의는 애당초 최초 작성자도 아니고 퍼 나른 거밖에 없는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며 "구속된 전공의는 사법농단에 희생된 의료계의 잔다르크"라는 주장도 나왔다.

해당 글 작성자는 "정부에 패한 게 아니라 전공의의 강철대오는 더 단단해졌고, 봉직의·개원의의 각성을 이끌어냈다. 성금이 1억 원을 넘어 2억 5000만 원 넘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의대생 학부모 단체인 전국의대학부모연합(전의학연)도 전날(22일) 정 씨 가족에게 변호사 선임 등에 쓰라며 1000만 원을 전달한 걸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 정 씨에 '증거인멸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씨는 '메디스태프'와 텔레그램 등에서 의료 현장에 남거나 복귀한 전공의·의대생을 겨냥한, 이른바 '감사한 의사' 명단을 만들어 여러 차례 작성·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정 씨의 구속을 두고 의사들은 '전공의 탄압'으로 규정한 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도 지난 2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정 씨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구속된 전공의 그리고 리스트에 올라 정말 피해를 본 분 모두 정부가 만든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21일 사이 해외 공유사이트에 관련 게시글 링크를 유포한 3명을 특정했고, 향후 추적 수사를 통해 링크 개설자까지 적발한다는 방침이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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