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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슈퍼루키'냐 '애송이'냐…日 총리후보로 약진한 고이즈미[딥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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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 문제로 당 혼란스러운 틈 타고 '무파벌' 정체성 내세워 출마

세습 정치 관련해서는 '쇄신' 의지 없어…문장력 관련해서도 우려 여전

뉴스1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전 환경상이 6일 도쿄에서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2024.09.06 ⓒ 로이터=뉴스1 ⓒ News1 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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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포스트 기시다'를 뽑는 2024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단연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다. 첫 총리직 도전인 만큼 기자회견 열기는 뜨거웠고 온라인 반응도 뜨겁다. '자민당의 프린스'가 과연 별의 순간을 잡을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총재로서의 자질과는 별개로 고이즈미는 존재만으로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후보자다. 전 총리의 아들이라는 강력한 타이틀, 시원시원한 성격, 현지에서는 "꽃미남(イケメン)"이라 불리는 외모, 한국에서 소위 '펀쿨섹좌'로 큰 화제를 모은 알쏭달쏭한 화법(일명 고이즈미 구문) 등 화제가 될 요소가 차고 넘친다.

여기에 엄마로 알고 자란 사람이 알고 보니 고모였고, 올해 처음 생모를 만났다는 가정사까지 털어놓으며 새로운 에피소드를 추가했다. 그가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과 더불어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후보로 꼽힌 배경이다.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도지사는 고이즈미의 인기가 판다급이라며 "사람을 끌어당기는 판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런 고이즈미를 바라보는 일본 내부 시선은 크게 엇갈린다. 그가 가진 무기와 한계가 무엇인지 찬찬히 짚어본다.

◇부패한 자민당 쇄신하겠다는 무파벌 청년

고이즈미에게는 선거 시점 자체가 치트 키다. 소속 파벌이 없는 고이즈미에게는 당이 파벌 내 뒷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슈퍼루키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마이니치신문은 파벌 해체로 붕괴된 의원표의 행방이 영향력을 잃고 있다며 국민적 인기를 자랑하는 고이즈미가 당원표 힘이 세진 시기를 가늠해 승부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상상 가능한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또 대부분이 60~70대인 9명의 후보자 중 가장 어린 40대 초반의 나이대는 '쇄신' 이미지를 더 돋보이게 한다.

선거 슬로건으로 내건 "결착"은 자민당이 지금껏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에 마침표를 찍고, 기존 파벌 출신 정치인들과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정책적으로는 자민당이 설립된 이래 계속 추진해 온 헌법 개정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언했으며, 30년 이상 논의를 거듭한 선택적 부부 별성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뒷돈 문제에 연루된 의원들은 재선에 성공할 때까지 요직에 기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추진 방식이 구체적이고 찬반 입장을 뚜렷하게 제시한 편이다.

장년층 정치인들과 정책적 거리두기를 구사한 덕분인지 고이즈미는 NNN과 요미우리 여론조사 기준 18~39세 젊은 층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습 정치 반성 없는 쇄신 공염불…경험치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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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그의 아들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일본 요코스카의 한 신사를 방문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 고이즈미 신지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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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가 유일하게 쇄신의 칼을 들이댈 수 없는 영역은 세습 정치다. '신지로 방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선거구와 정치자금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그는 지난 22일 NHK '일요토론에서' 세습 정치에 대한 지적에 "나라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도록 스스로 다스리며 정치와 마주하고 싶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같은 세습 정치인이라도 "부모의 선거구에서 나와야 한다"는 다카이치, "정치단체를 계승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에 비해 안일한 인식을 보여준 셈이다.

그동안 당에서 부총재·간사장·선거대책위원장 등 요직을 맡거나 주요 부처 각료 경험이 없는 점도 아킬레스건이다. 장관급 이력은 2019년부터 2021년에 걸친 환경상뿐이다.

기후 변화를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처해야 한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등 소위 '고이즈미 구문'으로 논란이 된 것도 이때다. 말이 곧 업인 정치인인데 발언에 "내용이 없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그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명확히 전하고 싶은 바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밝혔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당내 한 관계자는 도쿄신문에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트럼프나 러시아 푸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는 모습을 전혀 상상할 수 없다"며 애송이 취급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영화 "친구"를 7번이나 외치고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적절히 판단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추후 한일 관계의 복병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약점과 한계에도 현재 그의 지지율은 23일 발표된 ANN 여론조사 기준 2위다. 결선투표 진행이 확실시된 상황에서 국회의원 표를 가장 많이 확보한 그가 최종 2위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는 4일 후 밝혀진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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