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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유효상 칼럼] 왜 공개매수를 통한 적대적 M&A는 실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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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작년 말 '형제의 난'으로 불리며 시끄러웠던 한국앤컴퍼니의 공개매수가 실패로 끝나고 9개월이 흐른 지금, 또다시 사모펀드인 MBK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건이 경제계는 물론 정치권에도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3일 영풍과 MBK가 약 2조 원을 투입하여 고려아연 주식 일부를 공개매수하겠다고 공시했다. 지분을 50% 이상 확보하여, 고려아연 경영권을 획득하겠다는 것이다. MBK가 이번 공개매수에 내세운 표면적인 명분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며 적대적 M&A를 적극 부정하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MBK는 지난해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섰을 때도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적대적 M&A를 시도했었다.

이번에 제시된 공개매수가는 66만 원이다. 그러나 23일 현재 고려아연 주가는 73만 5000원으로 공개매수가보다 11% 이상 높은 상황이다. 이대로 주가가 유지되면 공개매수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추가로 매수단가를 올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섣부르다. MBK는 한국앤컴퍼니 때도 공개매수가를 추가로 20% 올렸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말, 고려아연 사외이사 전원은 "사모펀드의 적대적 M&A로 인해 고려아연의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시도를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규정하면서, 현 경영진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사들은 주총에서 주주 다수의 지지로 선임됐으며 법적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자격을 갖고 있다. 그래서 경영진과 이사회의 승인도 얻지 않고, 사전에 아무런 상의도 없는 상태에서 일반 주주들을 상대로 진행하기 때문에 '적대적'으로 정의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상 회사와의 긴밀한 협의가 없으면 적대적 M&A로 간주하며, 공개매수는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적대적 M&A 전략이다.

분쟁이 격화되자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사모펀드의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인회계사 출신의 국회의원은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MBK로부터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MBK는 매매차익을 노린 '공격적 투자'임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판사 출신의 의원은 사모펀드의 적대적 M&A에 강한 우려를 표하며 이른바 'MBK 방지법'을 대표 발의 했다.

국내에 공개매수가 처음 등장한 것은 30년 전이다. 1994년 5월 거래소에 상장된 삼나스포츠의 주식을 대주주인 미국 나이키사가 99.3% 공개매수해서 상장폐지한 사례가 최초다. 그 후로 수십 년 이어진 공개매수는 최근 5년 동안 약 70건이 이루어질 정도로 급증했다.

2022년 7건에 불과하던 상장사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는 작년에는 18건으로 전년대비 2.6배나 뛰었다. 공개매수 목적은 M&A 7건, 지주회사 요건 충족 6건, 상장폐지 5건, 경영권 안정 2곳, 기타 1건이었다. 특이한 점은 2022년까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던 M&A를 위한 공개매수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국내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적대적 M&A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사모펀드에 의한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공시의무, 주가 변동성, 일반 주주 관리 등과 같은 상장유지비용 해소와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매각금액 극대화를 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편 지주회사 요건 충족 목적의 공개매수는 지주회사 양도세 과세 특례가 작년 말로 일몰 됨에 따라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결국 지주회사 전환을 제외하면, 공개매수 목적은 사모펀드의 M&A나 상장폐지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몇 년 전부터 풍부한 유동성으로 사모펀드가 대형화되면서 투자 규모는 커졌으나, 양호한 투자 수익 창출이 가능한 비상장기업을 발굴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많은 사모펀드들이 대규모 자금으로 우량 중소기업보다는 상장기업 경영권을 인수하고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제3자에게 되파는 바이아웃(BuyOut) 투자에 집중했다. M&A나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공개매수는 주식을 사고자 하는 공개매수자(공개매수에 나서는 인수 주체)가 대상 회사의 주주들을 대상으로 기간, 물량, 매수가액을 제시하면, 이에 응하는 주주의 보유 주식을 장외에서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공개매수 목적은 M&A, 경영권 안정, 지주회사 요건 충족, 상장폐지, 기타 등 크게 5가지로 제시되는데, 기타 목적은 주가 부양, 주주 가치 제고 등이다.

공개매수의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매수신고서와 공개매수설명서에 담겨 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제시한 목적과 공개매수의 실질적인 목적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려면 공개매수자와 대상 회사와의 관계를 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공개매수자가 대상 회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지 아니면 적대적인 지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공개매수 후 직접 경영을 하려는 것인지, 매각을 하려는 건지 또는 상장폐지를 할 것인지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공개매수가 적대적 M&A에 활용된 대표적 예는 2020년 행동주의펀드 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3자 연합에 의한 한진칼 경영권 인수 시도가 있다. 또한 옛 우리투자증권 PEF의 샘표식품 경영권 확보, 동성화학의 에스텍에 대한 M&A, 금강고려화학(KCC)의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위한 공개매수가 적대적으로 진행되었지만 모두 경영권 확보에는 실패했다. 또한 작년에 MBK가 진행했던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시도도 실패로 끝났다.

통상 우호적인 경영권 협상과는 달리, 적대적 M&A 성격의 공개매수가 시작되면 대상 회사의 주가는 공개매수가에 근접하게 되고,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 인수단가 이상으로 주가가 치솟는다. 그렇게 돼서 공개매수 마감일 주가가 공개매수가보다 높으면 결국 공개매수는 실패하는 것이다. 현재 고려아연 주가는 공개매수가를 넘었고, MBK가 함께 진행 중인 영풍정밀 주식 공개매수에서도 영풍정밀 주가가 공개매수가보다 높다. 작년 한국앤컴퍼니 경우도 공개매수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가 가격 제한폭까지 급등했다. 결국 공개매수 시작 당일부터 인수단가를 뛰어넘으며,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공개매수가 진행되면 가장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회사 임직원과 협력회사들이다. 회사 측이 원치 않는 상태에서 갑자기 최대주주가 바뀌게 되면 자신의 고용안정은 물론, 진행 중인 사업들에 대한 계속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어서 이러한 거래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사모펀드가 최대주주가 되면 그 강도가 커지게 된다. 사모펀드 특성상 투자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몇 년 후에 또다시 회사를 매각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MBK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영권 인수 후 중국기업에는 팔지 않겠다고 했지만, 제3자에게 매각한다는 것은 숨기지 않았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하는 핵심기업이 이번 사태로 타격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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