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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해리스와 트럼프 예비 며느리 악연... 24년전 전화 한 통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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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정가·사교계서 정치 야망 키우던 30대 때 만나

2000년 해리스 검사, 검사직 서류 낸 길포일에 전화해 “자리 없다”

길포일 “여자의 적은 여자…해리스, 재능 있는 여성 안 돕는 타입”

조선일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트럼프 예비 며느리 킴벌리 길포일. /EPA·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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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어느 때인가, 카멀라 해리스는 한 여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해리스는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청 소속 검사였고, 전화를 받은 사람은 이 검찰청의 검사 직 자리를 알아보던 킴벌리 길포일이었다.

길포일은 해리스가 자신에게 예산 탓에 검사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면서, “마치 자신이 검찰청의 채용위원회 멤버라도 되는 양 통보했다”고 줄곧 말해왔다. 길포일은 곧 이 검찰청 내 다른 이들에게 재차 확인했고, 해리스의 말이 사실이 아니란 걸 알았다. 어쨌든 당시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은 길포일을 검사로 채용했다.

24년 뒤 해리스(59)는 부통령 겸 민주당 대선 후보로, 길포일(55)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예비’ 며느리로 다시 만났다. 길포일은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46)의 약혼녀로, 현재 해리스 공격의 최전선에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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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약혼녀인 킴벌리 길포일(오른쪽)은 현재 트럼프 캠프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왼쪽)를 공격하는 선봉에 서 있다. 둘의 악연은 2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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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포일은 자신이 누구보다도 미국 대통령 감으로는 부적절한 해리스의 과거와 인성(人性)을 마치 다 아는 양 말한다. 트럼프는 당선되면 폭스뉴스 앵커 출신인 길포일을 백악관 공보비서로 채용하겠다고 말한다.

뉴욕타임스는 23일 두 여성의 이 오랜 악연(惡緣)이 둘이 나눴다는 이 통화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도했다. 해리스는 길포일이 주장하는 ‘채용 불가’ 통화 내용을 부인한다.

해리스와 길포일은 사실 이 통화 이전부터, 연회ㆍ오페라 등 샌프란시스코의 각종 정치ㆍ사교 무대에서 똑같이 30대로 야망이 넘치던 ‘수퍼스타 여성’들이었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길포일의 아버지는 이 지역 정치인들에게 ‘대부(代父ㆍgodfather)라 불리는 정치 조언가였다. 해리스는 샌프란시코 시장을 지낸 민주당 흑인 거물 정치인 윌리 브라운 밑에서 크면서 한때 그와 데이트를 했다.

또 길포일이 2001년 첫 결혼한 상대가 바로 개리 뉴섬 현 캘리포니아 주지사인데, 이 뉴섬과 정치적 ‘쌍둥이’인 해리스 두 사람을 키운 정치 멘토가 브라운이었다. 얽히고 섥힌 관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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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추수감사절 때 공공 장소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개빈 뉴섬 당시 샌프란시스코 시장과 그의 아내 길포일, 해리스 지방검사장.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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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또 정치적 꿈을 이루는 한 단계로서, 언젠가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선출직)이 되겠다는 꿈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먼저 검찰청에 입성한 검사 카멀라 해리스가 길포일에게 “채용 계획이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길포일 주장).

길포일은 뉴욕타임스에 “해리스는 그때 나한테 겁을 먹었다. 세상의 많은 일은 질투와 시기로 설명이 된다”고 말했다.

당시 해리스의 상관이었던 테런스 할리난 전(前)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2020년 사망)은 나중에 해리스와 맞붙은 검사장 선거 토론에서 “해리스가 길포일을 채용하지 못하게 방해했다”고 말해, 길포일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당연히 두 사람은 이후 검찰청 근무 시절,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해리스는 2003년 말 자신의 상관이었던 할리난을 누르고 새 지방검사장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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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 지역의 두 '수퍼 여성'인 길포일과 해리스의 알력을 다루면서, 방안에 들어서려는 길포일을 막고 있는 해리스를 삽화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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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길포일은 지역의 유력 일간지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재능 있는 여성이 다른 재능 있는 여성을 도와야 하는데, 해리스는 그렇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방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막고 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해리스 새 검사장은 “나는 ‘채용 불가’ 얘기를 한 적이 없고, 내가 도울 일이 있을까 해서 길포일에게 전화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2001년 개리 뉴섬 샌프란시스코 시장의 아내가 된 길포일은 법률 전문 채널인 ‘코트(Court) TV’의 앵커가 되기 위해 뉴욕시로 떠났고, 이어 폭스뉴스의 앵커가 됐다. 둘 사이의 앙금은 결코 해소되지 않았다.

현재 길포일은 트럼프 유세장이나 인터뷰에서 “해리스가 지역검사장을 하는 동안, 샌프란스시코는 더 엉망이 됐다. 해리스의 유일한 목표는 그저 ‘다음 자리’ ‘새 자리’였다”고 비난한다. 아쉽다는 듯이, “내가 지역검사장이 됐어야 했는데”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물론 길포일은 자신의 야망을 이루는 통로로 TV를 택했다. 그의 전남편 뉴섬 주지사와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의 멘토였던 브라운은 “길포일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유형(chutzpah)”이라고 말했다.

길포일은 2020년 트럼프의 대선 유세에서 “이제 곧 최고의 날이 올 것”이라며 트럼프를 지원했고, 앙숙 해리스가 부통령이 되자 “이미 부통령 자격으로 백악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길포일은 또 해리스를 ‘여자의 적(敵)은 여자’라는 논리로 공격한다. 그는 정치 광고에서 “해리스는 여성을 키우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몰아붙인다.

해리스는 길포일의 이런 비난에 대응하지 않는다. 해리스 캠프 측은 “해리스는 정말 중요한 사람이 아니면, 그 사람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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