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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왕 크고 왕 귀여운 아기 펭귄 ‘페스토’, 왜 부모보다 더 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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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오스트레일리아 수족관에서 태어난 새끼 임금펭귄 ‘페스토’가 큰 몸집과 귀여운 외모로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시라이프 멜버른 수족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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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댕기자가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한 ‘깨알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 의견과 참고 자료를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댕기자의 애피랩’은 격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Q.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하 에스엔에스)에서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수족관에서 태어난 아기 펭귄이 큰 몸집으로 화제라는 내용을 봤습니다. 사진과 영상을 보니 갈색 털북숭이 같은 아기 펭귄은 정말 성체 펭귄들보다 몸집이 훨씬 커 보이더라고요. 새끼 임금펭귄 ‘페스토’는 어째서 그렇게 큰 건가요?



A. 국내에서 태어나 큰 인기를 누린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처럼 최근 해외 여러 나라의 동물원·수족관에서 태어난 새끼 동물들이 ‘에스엔에스 스타’로 떠오르고 있죠. 9월 중순 태국 파타야 인근의 ‘카오키여우 동물원’의 피그미하마 ‘무뎅’이 틱톡·인스타그램 등에서 큰 관심을 얻은 데 이어 지난 주엔 여러 외신이 오스트레일리아 ‘시라이프 멜버른 수족관’에서 태어난 임금펭귄 ‘페스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 에이피(AP) 통신과 엔피알(NPR) 방송은 지난 20일(현지시각) 각각 ‘거대한 새끼 임금펭귄 페스토, 소셜 미디어 스타로 성장하다’, ‘페스토의 몸집이 커지면서 온라인 팬층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등의 제목으로 페스토의 인기를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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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오스트레일리아 시라이프 멜버른 수족관에서 태어난 수컷 임금펭귄 ‘페스토’의 현재 몸무게는 22.5㎏로 부모 펭귄들의 몸무게를 합친 것 보다 더 무겁다. 시라이프 멜버른 수족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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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페스토는 지난 1월 시라이프 멜버른 수족관에서 태어난 수컷 임금펭귄입니다. 태어난 지 9개월이 된 페스토가 새삼스레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걸어 다니는 갈색 털 뭉치 같은 ‘왕 큰’ 그의 몸집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페스토의 현재 체중은 약 22.5㎏에 달하는데, 이는 이 수족관에서 태어난 새끼 펭귄 가운데 역대 가장 무거운 몸무게라고 합니다.



수족관 교육 코디네이터인 자신타 얼리는 영국 가디언에 “그동안 비슷한 또래의 새끼 펭귄 최대 몸무게는 18㎏였다”며 “(페스토가) 이렇게 크고 무거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페스토의 부모 펭귄인 ‘허드슨’과 ‘탱고’의 몸무게가 각각 11㎏이라고 하니, 둘의 몸집을 합친 것보다 큰 셈입니다.



페스토는 어떻게 이렇게 큰 몸집을 가지게 된 걸까요. 시라이프 멜버른 수족관은 페스토가 “인상적인 몸무게”를 가지게 된 것은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누리집에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페스토의 생물학적 아빠인 ‘블레이크’가 수족관 내에서는 가장 크고 가장 나이든 펭귄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지금 페스토를 돌보고 있는 부모 펭귄들이 굉장히 열정적인 부모라는 점이라는 겁니다. 수족관은 “좋은 유전자와 훌륭한 양육이 페스토가 지금의 몸무게를 갖게 된 비결”이라고 전했습니다. 페스토가 한 주 동안 먹어치운 물고기가 약 24㎏로 자신의 몸무게보다 많다고 하니, 좋은 먹성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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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시라이프 멜버른 수족관의 새끼 임금펭귄 ‘페스토’. 수족관 제공


그런데 새끼 펭귄이 성체보다 몸집이 더 크다니 얼핏 생각하면 이상한 일입니다. 페스토만 그런 걸까요, 아니면 어린 시절의 펭귄들 모두가 그런 걸까요.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매니아대 해양생태학자 메리-앤 리아 교수는 야생의 펭귄이 부모보다 훨씬 더 무거운 것은 드물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그는 야생에서 페스토 월령의 임금펭귄은 종종 부모보다 몸무게가 더 나갈 수 있고, 점차 성장에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며 몸무게가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리아 교수는 “페스토가 야생에서 태어났더라면 좋은 체력을 가졌을 것”이라며 “이는 부모 펭귄들이 새끼를 잘 먹인다는 뜻이고, 페스토가 스스로 먹이를 구할 능력을 갖출 때까지 더 오래 잘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가디언에 말했습니다.



이렇게 어린 시절 몸에 많은 지방을 축적했다가 성장하면서 몸집이 줄어드는 것은 펭귄의 생존과 연관된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갓 태어난 새끼 펭귄은 몸집도 작고 방수 기능을 갖추지 못한 보송보송한 솜털을 지닌 채 태어납니다. 부모 펭귄들은 이때 새끼들이 남극권의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많은 양의 먹이를 공급하게 되는데요, 그래야 부모가 겨울 동안 먼 바다로 사냥을 나갔을 때에도 축적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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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임금펭귄 성체(왼쪽)와 새끼. 위키피디아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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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 커다랗던 몸집도 새끼 펭귄이 성체가 되기 위한 털갈이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줄어듭니다. 이브 셰럴 박사 등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진이 1993년 국제학술지 ‘극지 생물학’에 공개한 논문을 보면, 임금펭귄의 새끼는 털갈이 과정에서 약 4주간의 금식 기간을 거치게 되고 이때 최대 45~50%의 몸무게를 잃게 됩니다. 이렇게 독특한 펭귄의 생태는 임금펭귄뿐 아니라 황제펭귄, 아델리펭귄, 젠투펭귄도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페스토도 곧 사랑스러운 ‘아기 솜털’을 잃고 펭귄 특유의 매끈한 ‘턱시도’를 입게 될 것이란 것이 수족관의 전망입니다. 사육사들은 페스토가 이 과정에서 약 15㎏의 몸무게가 줄어들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교육 코디네이터 얼리는 “솜털을 완전히 벗을 때까지 1~2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왕 크고 왕 귀여운 페스토의 모습이 ‘한정판’이라니, 좀 더 소중한 생각이 듭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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