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정책토론회는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오전 10시 30분 토론회가 열리기 직전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소속의 한 참석자는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이같이 호통치는 등 소란이 수 분간 이어졌다. 야당이 금투세 시행 여부를 논의하는 이날, 한투연 관계자들은 토론회에 참석해 관련 의견을 청취하려 했지만 민주당 관계자들이 의원총회라는 이유로 입장을 막았기 때문이다.
사진=델리민주TV 유튜브 채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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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과 '유예'를 놓고 토론회를 열었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그동안 각각 상품별로 과세하던 것을 개인의 전체 손익을 합쳐서 단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2020년 여야합의로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결정됐지만, 2022년 말 시행을 2년 유예했다. 이번 토론회는 금투세 시행을 유예할 것인지, 예정대로 시행할 것인지 고민해보고자 마련됐다.
그러나 전날 이강일 민주당 의원이 금투세 시행에 반대하는 투자자의 문자에 "이번 토론회는 역할극의 일부"라고 답변해, 토론회가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강일 의원이 '이번 토론은 역할극이다'라고 실토했다"면서 "이런 역할극, 굿캅 배드캅 놀이 말고 금투세를 폐지하라는 말씀드린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날 금투세 토론회는 내년 시행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국내 주식 투자자 등 일반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TV'에서 실시간 방영된 이번 토론회는 동시 접속자 수가 한때 7400명을 돌파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누적 조회수는 5만회를 넘었다. 지난달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 생중계 이후 최대 조회수다.
토론회는 금투세 시행팀과 유예팀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금투세 시행팀은 김영환·김성환·이강일·김남근·임광현 의원, 유예팀은 김현정·이소영·이연희·박선원 의원과 김병욱 전 의원으로 구성됐다.
시행팀 측은 금투세가 조세 정의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영환(시행팀) 의원은 "금투세는 본질적으로 투자활동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일관된 세율을 적용해 조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다가서는 세제"라고 말했다.
반면, 유예팀 측은 금투세가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울 것이라면서 반대했다. 주식시장 구조를 개선한 이후 금투세를 도입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김현정(유예팀) 의원은 "지난 4년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증시는 우상향하고 있지만 우리 증시만 유독 고점의 3분의 1도 회복하지 못하고 지독한 박스권 안에 있다"면서 "증시 밸류업과 자본시장 선진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를 생방송으로 지켜본 일반 국민들도 델리민주TV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갑론을박을 벌였다.
"금투세 찬성""2년 유예 끝, 당장 시행하라"는 등의 시행 의견과 "폐지가 맞다""(금투세) 디베이트(토론) 말고, 사모펀드 리베이트나 설명해라"라는 등의 유예 의견이 첨예하게 맞붙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란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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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가 끝난 뒤에는 "인버스(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방식)에 투자하라"는 김영환 의원의 발언이 주목을 받았다.
김병욱 전 의원은 김 의원에게 "이러한 악조건 하에서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떨어지거나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 (금투세) 제도를 지금 이 시기에 투입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의사 결정인가"라고 물었고, 김 의원은 "주가와 관련해 혹시 다른 변수들은 없는지 한번 체크 좀 해봤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윤석열 정부가 망친 중국 시장의 문제, 그다음에 작년에 선진국 경제성장률 평균이 3.3%, 대한민국이 1.4%, 미국이 2.5%, 일본도 1.9%다. 그렇게 (국장이 )우하향이 된다고 신념처럼 (생각을) 갖고 계시면 인버스 투자하시면 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은 "선물 풋을 잡으면 되지 않느냐"면서 "주식시장은 또 선물시장 파생상품 시장은 사실은 주가가 내려도 이득을 얻는 분들이 있다. 주식이 올라도 또 거기를 통해서 이득을 얻는 분들이 있다"라고 했다.
이 같은 발언 이후 해당 영상에는 "경제든 자산이든 기본적으로 우상향을 보는 것인데, 숏(공매도)을 치라니 다시는 (민주당) 안 뽑는다""국회의원 입에서 자기 국가 주식장에 숏을 치라는 말이 가능한가""금투세 하다가 주가 떨어질 것 같으면 인버스, 숏을 잡으라는 게 국회의원이 할 말인가"라며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향후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금투세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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