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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주인 바뀐 부산 상지카일룸… 운용사가 시행사 밥상 채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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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루체, 헤리티지자산운용에
"제3법인 내세워 지분강탈" 주장
상대는 "법·계약내용 준수" 반박
경영 배제·사채 발행 놓고도 갈등
금감원 진상조사 돌입 일촉즉발


파이낸셜뉴스

부산 해운대구 '부산 해운대 상지카일룸' 조감도 한스루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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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상지카일룸' 시행사(한스루체)가 자산운용사(헤리티지자산운용)로부터 사업장을 부당하게 빼앗겼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제3의 법인을 설립해 상의도 없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채권을 인수해 지분을 강탈했다는 것이다. 헤리티지자산운용은 모든 절차는 관련 법규와 계약 내용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됐다며 맞서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스루체는 금융감독원에 지난 8월과 9월 등 두 차례 관련 민원을 제출하며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금융감독원은 헤리티지자산운용에 오는 10월초까지 관련 사실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부당하게 빼앗겼다"…한스루체, 금감원에 민원

이 사업은 해운대구 중동에 고급빌라 12가구를 짓는 프로젝트로 지난 5월 준공됐다. 시공은 상지건설, 금융은 헤리티지자산운용이 맡았다. 해당 프로젝트는 헤리티지자산운용이 지난 2021년 8월 한종희 한스루체 대표에게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한 대표는 상지건설 설립자로 '상지카일룸' 이라는 브랜드로 고급빌라 시장을 개척한 인물이다.

이후 양측은 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인 '퀀텀디브이'를 6대4 지분율로 공동설립했다. 한스루체는 지분 60.6%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지난 2022년 5월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 하나탠제일차 등과 315억원 규모의 PF 대출 약정을 맺으면서 본격 진행됐다.

사업 과정에서 양측 간의 갈등은 불거졌다. 우선 헤리티지자산운용이 한 대표를 퀀텀디브이 경영에서 배제했다. 또 한스루체에 사전 통보 없이 10억1000만원 규모의 이익참가부 사채를 발행한 것도 갈등의 원인이 됐다. 시행 이익의 20%를 우선 배당하는 조건이었다. 이 외에도 시행사측은 25억원의 과도한 금융자문 수수료도 문제 삼았다. 또 퀀텀디브이가 펜트하우스 1가구를 헤리티지자산운용에 할인 분양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헤리티지자산운용은 "이익참가부 사채 발행은 52%대48% 비율로 사업 정산이 이뤄질수 있도록 해 오히려 한스루체를 위한 것"이라며 "또 금융자문 수수료도 실행 금융기관 요청에 따라 지급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할인 매입에 대해서는 "최초 분양가인 58억원으로 해당 금액으로 실거래도 신고했다"고 밝혔다.

한스루체는 올 2월 퀀텀디브이의 장부공개 등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헤리티지자산운용에 발송했다. 헤리티지자산운용은 연락을 단절했고, 한스루체는 지난 5월 법원의 허가를 얻어 퀀텀디브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했다. 주총에서는 한 대표를 퀀텀디브이 사내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이 의결됐다. 연락 단절에 대해 헤리티지자산운용은 "관련 건에 대해서는 한스루체에 이미 수차례 구두로 설명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헤리티지 "부당행위 없다" 주장

양측의 갈등은 PF 대출 만기를 앞둔 올 8월에 폭발했다. 한스루체는 PF 대출 만기를 앞두고 상환 절차에 착수했다. 당시 퀀텀디브이는 4가구에 대한 분양 수익금 200억원으로 PF 대출 일부를 상환하고 115억원의 잔금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한스루체는 헤리티지자산운용에 퀀텀디브이 보유 주식 비율에 따른 유상증자로 PF 잔금을 상환하자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또 증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한스루체가 시공사인 상지건설에 자금을 빌려줘 PF 대출 잔액을 대위변제 하겠다는 내용의 협의도 대주단과 진행했다.

하지만 헤리티지자산운용은 한스루체와 협의없이 제3의 'SPC(가든일제일차)'를 만들어 대주단으로부터 대출채권(115억원)을 양도 받았다. 그리고 당일 해당 대출의 기한이익을 상실시켰다. 동시에 담보로 제공한 한스루체의 퀀텀디브이 지분 전량(60.6%)의 소유권을 가져간 뒤 한 대표를 해임했다. NH투자증권은 가든일제일차의 업무수탁기관으로 활동했다. 지분을 몰취하는 과정에서 한스루체의 동의 없이 헤리티지의 일방적인 주장만 들었다는 것이 시행사측 주장이다.

한 대표는 "공사 도중에 문제를 제기하면 자칫 사업이 무산돼 시공사는 물론 계약자도 피해볼까 대응을 자제해 왔다"며 "빚을 갚겠다고 밝혔는 데도 헤리티지자산운용의 적대인 인수는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당국에서 불법성 등에 대해 조사해 재산권을 보호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헤리티지산운용은 "기존 채권자인 대주단에게 대위변제 의사를 전달한 적이 없다"며 "한스루체가 담보 제공자가 아니므로 변제이익이 없는 자의 대위변제를 수용할지 여부는 신규 채권 양수인의 의사에 달린 것이다"고 말했다. 경영권 탈취에 대해서도 "한 대표를 퀀텀디브이 사내이사에 선임해 대출약정서상 채무불이행 사유를 일으킨 한스루체가 자초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 "당일 질권실행은 정상적인 담보대출전환 및 채권자의 이익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며 "본 건 사업 과정에서 어떠한 부당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헤리티지자산운용측에 사실 관계 자료를 요청했고, 접수 되는 대로 관련 규정에 맞춰 살펴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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