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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사설] 윤-한 '맹탕 만찬'으로 성난 여론 가라앉힐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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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앞줄 오른쪽 네 번째)과 한동훈 대표(다섯 번째)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에 앞서 박수를 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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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이 어제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렸다. 당초 지난달 30일 예정됐으나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둘러싼 이견으로 한 차례 미뤄졌던 만남이다. 한 대표가 요청한 윤 대통령과의 독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정 난맥 속 어렵사리 성사된 당정 회동이 기대와 달리 덕담만 주고받으며 끝났다니 실망스럽다.

대통령실은 90분간 만찬 뒤 "7월 23일 전당대회 이후 구성이 완료된 당 지도부를 처음으로 초청해 상견례와 함께 화합을 다지는 자리"라고 밝혔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여야관계와 국정감사,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 등이 대화 주제였다고 한다. 한 대표도 관심 있는 사안을 언급하거나 대통령에게 질문하기도 했지만, 당정 간 이견이 있는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은 윤 대통령에게 긴밀하게 전할 말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당정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인 의료대란과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이 포함될 것으로 당초 알려졌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독대 거부로 만찬 성격과 의제는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가감 없는 민심 전달과, 국정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이 불발되면서 형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치는 '맹탕' 만찬으로 끝난 셈이다.

당정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통해 화합과 결속을 강조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양측은 만찬 당일까지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둘러싼 감정싸움을 벌였다. 시급한 현안 해결을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당정 간 바닥난 신뢰관계를 재확인한 셈이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의료대란과 고물가에 신음하는 민생 경기는 좀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만찬으로 성난 민심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한 대표가 만찬 직후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윤 대통령은 고언을 더 이상 피하지 말아야 하고, 한 대표는 독대 형식에 집착하지 말고 대통령과의 소통에 팔을 걷어야 한다. 민심 이반이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국정운영 책임자의 임무를 더 이상 방기할 시간이 없음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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