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오는 9월 분양을 앞둔 '청담 르엘'의 분양가가 3.3㎡(1평)당 7천만원을 넘기며 분양가 상한제 지역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기존 역대 최고액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보다 470만원 이상 높은 금액이다. 사진은 2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 공사 현장. 2024.8.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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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청약'이 아니라 '로또'라고 불린다. 일단 당첨만 되면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차익도 로또 못지않다.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억~2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돈에 팔촌까지 너도나도 청약에 뛰어든다. 주거 안정을 위한 청약제도가 전 국민의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21일 진행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667.3대 1을 기록했다. 85가구 모집에 총 5만 6717명이 몰렸다. 올해 강남권에서 공급된 단지 중 최고 경쟁률이다.
분양가도 역대급이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7209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용 59㎡는 17억 3900만원에서 20억1980만원, 전용 84㎡는 22억9110만원에서 25억220만원선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 중에서도 가장 비싼 편이다. 그런데도 벌떼처럼 청약자들이 몰린 데는 이유가 있다. 높은 분양가도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싸다는 것이다. 인근 지역 비슷한 크기 '청담 자이' 전용 82㎡는 올해 6월 32억9000만원(8층)에 거래됐다. 당첨되면 적어도 10억원 안팎의 시세차익을 거둘 것을 기대해볼 수 있다.
강남권 로또 청약은 청담 르엘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올해 8월까지 강남 3구에서 분양한 단지들의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221.42대 1로 집계됐다. 강남 3구를 뺀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63.75대 1)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앞서 올해 7월 공급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의 1순위 청약 경쟁률도 527대 1에 달했다. 해당 아파트 전용 84㎡의 분양가는 20억원대다. 최근 40억~60억원대에 거래되는 주변 초고가 단지들과 비교하면 20억원 넘게 싼 수준이다. 지난달 분양을 진행한 강남구 '래미안 레벤투스' 전용 84㎡도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10억원 이상 낮은 21억원에 책정됐다. 해당 단지 1순위 경쟁률도 402.97대 1을 기록했다.
로또 청약 광풍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파구에선 '잠실 래미안아이파크'가, 서초구에선 '래미안 원페를라'가 청약을 앞두고 있다. 이들 단지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은 앞선 단지들과 마찬가지로 큰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예상 시세차익 등을 담은 로또 청약 단지 리스트가 '알짜 정보로'로 공유된다.
로또 청약 현상의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로 분양가상한제가 지목된다. 당초 정책 의도와 다르게 주변 집값이 분양가 수준에 맞춰 하향 조정되지 않고, 거꾸로 공급주택 가격이 주변 시세에 끌려 급등하고 있다. 이에 시세차익을 노리는 '현금 부자'들이 대부분의 수혜를 누리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됐던 제도가 훼손된 현실이 씁쓸하다. 현실을 반영해 제도가 본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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