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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대도시의 사랑법' 노상현 "'멋짐 폭발' 기사 못 봤어요···관객 반응 너무 떨리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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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스크린 데뷔한 배우 노상현

게이·남사친 캐릭터 '찰떡'같이 소화해 '인생캐' 극찬

"시나리오 보는 순간 큰 틀, 직관적으로 캐릭터 보였다"

"원래 힘이 없는 편이지만 힘 뺀 자연스러운 연기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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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1일 개봉하는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동명의 퀴어 소설이 원작이다. 퀴어물로 분류돼 남자 주인공 흥수 역을 캐스팅하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재희 역의 배우 김고은은 일찌감치 캐스팅됐지만 흥수 역을 맡을 남성 배우가 나타나기까지 무려 1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만큼 남성 배우들이 선택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언론 시사회를 비롯해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대도시의 사랑법’이 공개된 이후 흥수 역을 맡은 배우 노상현은 1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음을, 오히려 노상현을 위해 기다리고 있던 배역임을 증명해내는 듯한 연기로 극찬을 받았다. 여성 관객들을 사로잡을 포인트부터 연기력까지 노상현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것이다.

전날 언론 시사회를 마치고 24일 기자들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노상현은 “기술 시사회를 통해서 먼저 봤지만 언론 시사회에서는 너무 떨려서 보지 못했다"며 여전히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반응을 살폈다. “너무 재미있었다”라고 하자, 안도하는 듯 하면서도 “한국 관객들은 기준이 너무 높아서 너무 긴장된다. 냉철함에 상처받지 않을까 해서 좀 두려웠다”며 마음을 놓지 못했다. ‘파친코’를 비롯해 ‘커튼콜’ 등 여러 드라마에는 출연했지만 영화로는 ‘대도시의 사랑법’이 데뷔작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게이 역할을 맡았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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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걱정과 염려를 뒤로 하고 그는 흥수라는 캐릭터가 가진 모든 특징을 담담하고 담백하게 그려냈다. 힘을 뺀 그 특유의 ‘열연’은 세상과 거리를 두고 방어적으로 살아가는 흥수 그 자체였다. 그는 “흥수가 게이라는 점이 부담되지는 않았다”며 “그냥 이 친구가 가진 하나의 특징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냥 아시아인, 서양인, 이런 특징 하나의 캐릭터일 뿐”이라며 “흥수가 느꼈을 만한 감정 상태, 자라는 과정에서 내면에 억압된 감정들이 있었을 것이고, 재희를 만나면서 교류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친구의 스토리에 더 초점을 맞추려고 했고,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이 친구를 정말 이해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표현하기 어려울 법도 한데 노상현은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직관적으로 캐릭터가 그려졌다고 했다. 그는 “큰 틀이나 좀 직관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미 느껴진 것 같다”며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너무 잘 보였고, 그게 좀 더 분명해졌다고 해야 하나, 이미지가 딱 직관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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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대로 그가 연기한 흥수는 정말 너무 자연스러워서, 퀴어물이라는 장르에 영화와 캐릭터를 가두지 않는다. 나다움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한 특별한 정체성과 이를 이해해주는 친구와의 우정을 그린 ‘드라마’인 것이다.

언론 시사회 직후 ‘노상현 멋짐 폭발’ 등의 제목이 달린 기사들이 잇달아 쏟아져 나올 만큼 그의 외모는 훤칠하고 시크하다. 모델 출신으로 키는 무려 181cm다. 큰 키에도 영화에서는 누군가에게 맞고, 머리채가 잡히고, 쥐어 박힌다. 멀쩡하지만 좀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남사친’. 친구 캐릭터도 어색하거나 튀지 않게 표현했다. 그는 “맞는 거 딱히 크게 신경을 안 쓰는 편이어서 머리를 한번 뜯길 때, 한번 확 당기다가 그냥 막 이거 넣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막 흔들다가 욕하고 그랬는데 저는 재미있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에서 참 많이 얻어맞는다.

힘을 뺀 연기가 훌륭했다고 하자 그는 “힘을 뺀 게 아니라 원래 힘이 없다”며 웃어 보였다. 평소에도 파이팅이 넘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힘을 뺀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한다고. 그는 “류승범 배우의 연기를 보고 힘을 빼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었다”며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던 당시를 떠올리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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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고은과의 ‘우정 케미’를 비롯해 모든 에피소드에서 촘촘한 웃음 코드가 있다. 웃기지 않는 에피소드가 없을 정도다. “너무 재미 있어서 계속 웃었고, 동성애, 퀴어물이라기 보다는 코믹 장르 성격이 더 강했다”고 하자 그는 덤덤하던 눈빛을 바꿔 반짝이더니 “어떤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냐”고 물었다.

기자가 꼽은 가장 웃긴 장면은 엄마의 복분자주 사건 편이었다. 그는 이 장면에 대해 “꼭 진지하게 했어야만 하는 신이어서 거기서 안 진지했으면 정말 ‘싸’해졌을 것"이라고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이 장면은 흥수가 엄마에게 처음으로 커밍아웃을 하고 갈등이 클라이맥스에 치닫는 장면인데 숨막힐 듯한 긴장감 속에 에피소드는 코믹하게 마무리된다. 코믹하게 상황을 정리하는 장면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그의 말대로 정말 ‘싸’해지는 장면일 수 있고 편집이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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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퀴어물보다는 우정 드라마 같은 느낌이 강하다. 수위 높은 스킨십 등 장면이 나오지만 재희의 친구 흥수 등의 모습이 더 부각된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그게 흥수의 포지션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닫고 사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재희랑 둘이 만나면 편해지는 것”이라며 “흥수의 비밀을 알게 되고 둘의 유대관계가 시작된 계기, 그런 순간이 굉장히 중요하지 않냐"고 했다. 흥수가 성장 과정에서 굉장히 위축된 감정이 많았을 것인데 자신의 특징을 가리기 위해 느꼈던 고립감을 둘이 만나면 풀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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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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