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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이란, "도와달라"는 헤즈볼라 요청에 거리를 두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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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POA 복원 통한 미국 제재 해제가 더 급한 이란…
갈등 개입해도 '네타냐후 생명연장' 장기말로 전락,
이란 대통령 "이스라엘이 판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

머니투데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한 모습./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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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이스라엘 공습으로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최대 규모 피해를 받고 있는 헤즈볼라가 이란에 이스라엘 폭격이라는 직접적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를 홀로 둘 수 없다"며 국제사회에 엄포를 놓은 것과 달리 이란은 중동 갈등 개입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악시오스는 헤즈볼라가 며칠 전 이란에 접촉, 이스라엘을 직접 공습해달라는 요청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미 정보당국 조사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살해 당한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복수를 명분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이에 이란은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일 때가 아니라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행보와 상반된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같은 날 CNN 인터뷰에서 "미국, 유럽 등 서방 지원을 받는 국가들에 맞서는 헤즈볼라를 홀로 둘 수 없다"면서 "레바논을 제2의 가자 지구로 만들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같은 날 국제연합(UN·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며칠 사이 수천 명의 피해자를 낳은 이스라엘의 맹목적인 공격 행위를 묵과해선 안 된다"며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저지르는 극심한 야만이 중동과 세계를 삼기키 전에 이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중동 갈등에 섣불리 개입하지 않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파기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를 복원하고 미국 제재를 풀어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 의회입법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JCPOA 파기 조치 이후 미국은 이란과 거의 모든 무역을 차단하고 에너지 등 주요 분야에서 제3국, 해외 기업체의 이란 투자를 금지했다. 제재는 조 바이든 행정부까지 이어졌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합의에 따른 의무로 돌아갈 준비가 완전히 돼 있다. 이란의 군사 교리에는 핵무기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면서 JCPOA 복원 의지를 내보였다. 유엔 총회 연설에서는 "JCPOA가 성실히 이행된다면 다른 문제에 관한 협의도 진행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JCPOA 복원 후 미국 제재 해제를 요구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국제사회 비난을 무릅쓰고 중동 갈등에 개입해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생명을 연장해주는 장기말이 될 뿐이란 계산도 깔린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이스라엘 총리 최초로 부패 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을 핑계로 재판 진행을 미루고 있는데, 지난해 하마스 공습 이후 떨어지던 그의 지지율은 중동 갈등이 커지는 요즘 회복세다. 파이낸셜타임즈(FT)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하마스 기습 이후 20% 이하로 추락했던 네타냐후 총리 소속 정당(리쿠르당) 지지율은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이후 반등했다. 지난 19일 기준 리쿠르당 지지율은 23.4%로 정당 1위를 기록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맞서기로 한다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지율을 올릴 기회로 삼을 공산이 크다. 이란을 상대로 군사행동을 과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유엔 본부 기자회견에서 "전쟁을 벌이려는 쪽은 이스라엘"이라며 "이란은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습으로 레바논에서 최소 569명이 사망하고 1835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레바논에서 최대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헤즈볼라 로켓 사령관 이브라힘 쿠바이시도 공습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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