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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OECD도 韓 성장률 전망 2.5%…한은 '피벗' 선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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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경제 기구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대 중반으로 수렴하는 모양새다. 기존 전망에서 변동이 없거나, 있더라도 소폭이다. 연말까지 딱히 경기가 더 나빠지거나 좋아질 요인은 없다고 본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5일 발표한 ‘9월 세계 경제 전망’을 통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치(2.6%)에서 0.1%포인트 내려 잡았다. OECD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지속적 강세에 힘입은 수출 호조로 안정적(stable)인 성장을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2.2%를 유지했다.

같은 날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아시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5%로 예측했다. 지난 7월 전망과 같다. ADB는 “올해 반도체·자동차 산업 주도로 수출이 늘어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내년 성장률도 7월 전망과 같은 2.3%를 유지했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이날 전망이 의미 있는 건 오는 10월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한국은행이 받아든 마지막 성장률 지표라서다. 기획재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2.6%)이나 국제통화기금(IMF) 전망(2.5%)과도 비슷하다. 결국 ‘2%대 중반’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의 컨센서스(일치된 의견)인 모양새다.

2%대 중반이란 성적표는 나쁘다고 볼 수 없다. OECD 전망에 따르면 미국(1.6%), 일본(1.4%), 독일(1.0%), 프랑스(1.2%), 영국(1.2%), 호주(1.8%) 같은 선진국도 1%대 성장률에 그친다. 다만 직전 해 성장률이 낮았던 나라일수록 올해 성장률이 높게 나오는 기저효과는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4%에 그쳤다. 2020년 이후 가장 낮다. 지난해 미국(2.5%)은 물론 호주(2.0%), 일본(1.9%)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평균(1.7%)에 비해 낮았다.

오히려 최근 국내 주요 기관이 내수 부진을 이유로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내린 배경이 주목받았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지난 5월(2.5%) 대비 0.1%포인트 낮춰잡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성장률 전망치를 같은 기간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성장률을 0.1%포인트 내리는 건 큰 의미가 없다. 다만 공통으로 “수출보다 내수 회복세가 더디다”는 이유를 들어 전망치를 내렸다.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는 기준금리를 내릴 ‘명분’이 된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지연되는 상황인 데다 고금리의 부정적 영향이 생각보다 더욱 강하다”며 금리 인하 실기(失期)를 우려했다.

최근 월간 물가상승률이 2%대를 유지하는 등 기준금리 인하 ‘피벗(통화정책 전환)’의 여건은 무르익었다. 앞서 피벗에 나선 유럽뿐 아니라 미국이 19일(현지시간) 4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점도 고려해야 한다. OECD는 이날 보고서에서 “물가 완화, 노동시장 둔화 등을 고려해 금리를 내릴 것을 권고한다”면서도 “금리 인하 시기·강도는 데이터에 기반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이나 수출 호조 등 수치에 가려진 내수 부진 신호를 외면해선 안 된다”며 “한은이 금통위 직전까지 데이터를 확인해 금리 인하 시기를 조율하고, 정부는 내수 살리기에 전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불안이 한은의 10월 피벗을 고심하게 하는 요소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가진 신성환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내수를 고려하면 집값‧가계부채가 확실하게 안정된 뒤에 금리를 내릴 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다”면서도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전까지 나오는 자료를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달 들어 (집값‧가계부채) 상승세가 꺾인 것이 추세적인지 일시적인지 판단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주택가격 상승 모멘텀이 강한 상태에서의 금리 인하는 불안 심리를 부추겨 주택가격·가계부채 상승 모멘텀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라고도 했다.

한편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금리 인하 실기론’에 대해 “한은 결정을 최대한 존중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내수 살리기와 집값·가계부채 중에서 하나만 선택한다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경제부총리로서는 단기적으로 내수 부진 회복이 조금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기환ㆍ오효정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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