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탈퇴 종용’ 재판서 녹취록 공개…조언대로 수사 대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승우)는 25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를 탈퇴할 것을 지시·강요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허영인 SPC 회장과 황재복 대표이사 등 피고인 19명에 대한 10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은 구속 기소된 백모 홍보 전무에 대한 증인신문이 계속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2022년 4월 고용노동부 성남고용지청이 이 사건과 관련해 SPC그룹 임원진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이후 현직 경찰관과 백 전무가 통화한 내용 녹취록이 공개됐다.
압수수색 이후 임원들의 휴대전화와 PC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이 진행됐는데 이때 경찰청 소속 김모 경위가 백 전무와 통화하면서 수사 상황을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경위는 2022년 5월4일 “민감한 거라 말 안 하려 하다가 선배 회사 차원에서 사실 조사를 하실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수사에서) ‘뼈대가 나왔다’는 말이 있다”고 일러줬다. 그러면서 “(SPC가) 어느 선에서 총대를 멜 것인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책임을 질 놈, 걔만 자르면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도 말했다.
김 경위는 해당 사건의 처벌 수위에 관해서도 “‘2년 투투’거든요. ‘(징역) 2년 이하, (벌금) 2000만원 이하’ 정도가 나올 것”이라며 “가르마를 확실히 타놔야 돼요. 어디까지 볼 것인가, 인정을 할 것인가”라고 알려줬다. 백 전무는 김 경위와의 대화 내용 대부분을 황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후 백 전무가 SPC그룹 내 한국노총 소속 김모 피비파트너즈 상무와 대응을 논의하면서 말을 맞춘 정황도 공개됐다. 포렌식 때 참관한 변호인을 통해 확인한 목록 등 내용을 토대로 김 상무는 백 전무와 통화하며 “5000만건 다 뒤져서 연습을 해봤는데, 리허설을 해보니까 이제 X 된 거야”라고 말했다. 백 전무와 김 상무가 대응 시나리오를 논의하는 통화 녹취는 다수 나왔다. 이들은 책임자로 정모 피비파트너즈 전무를 내세웠다는 정황도 나왔다. 실제 노동청 조사 당시 정 전무는 “민주노총 탈퇴는 (자신의) 단독범행”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백 전무는 김 경위와는 “언론사 사회부장인 친동생 소개를 받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수사 전달 대가로 상품권을 준 거냐”고 물었고, 백 전무는 “맞는데, 대가성은 아니고 (김 경위가) 혼자 살아서 준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SPC그룹은 검찰 수사관 김모씨로부터 수사 정보를 받고 뇌물을 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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