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고삐 풀린 네타냐후 “헤즈볼라 공격 계속할것” 집권연장 노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 레바논에 사흘 연속 대규모 공습

군 “새 단계 진입” 지상전 임박 시사… 사임 압박 네타냐후 전쟁서 돌파구

헤즈볼라, 모사드 본부에 미사일 쏴… 이스라엘 미사일 방공망에 격추

동아일보

참혹한 전쟁 피해 이스라엘의 거듭된 공습으로 다리를 다친 한 레바논 소녀가 24일(현지 시간) 피 묻은 붕대를 감은 채 남부 사크사키예의 병원 침상에 누워 있다. 사크사키예=신화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계속 공격할 것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23일(현지 시간)부터 연일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는 가운데, 24일 이스라엘군 정보부대를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사진)가 이같이 밝혔다. 23∼25일 레바논 전역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소 592명의 사망자와 193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도 커지고 있지만 대규모 군사 작전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25일 레바논 내 280여 개의 헤즈볼라 관련 표적을 타격했다. 23일과 24일에도 각각 1600여 개와 1500여 개의 표적을 타격했다. 25일 레바논과의 국경지대에서 7기갑 여단의 훈련을 참관한 오리 고르딘 이스라엘군 북부사령관은 “전쟁의 새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해 지상전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7기갑 여단은 헤즈볼라와의 지상전 발발 시 투입될 것으로 여겨지는 부대다.

● 확전으로 ‘정치생명 연장’ 나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생명 연장 의지가 꼽힌다. 2022년 12월 말 세 번째 임기(첫 임기 1996년 6월∼1999년 7월, 두 번째 임기 2009년 3월∼2021년 6월)를 시작한 네타냐후 총리는 역대 최장수 이스라엘 총리다. ‘강한 안보’를 앞세워 장기 집권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했다. 또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뒤 인질 구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두 번째 재임 시절 불거진 비리 혐의 등으로 거센 사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는 최대한 ‘전시 상황’을 유지하고, 동시에 헤즈볼라 무력화란 성과를 만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것. 송웅엽 전 주이란·이라크·아프가니스탄 대사는 “간신히 유지되는 극우 연정, 개인 비리 등 위기에 빠진 네타냐후 총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며 “확전을 계속 추진하며 지지를 회복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면서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개선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치권에서도 헤즈볼라에 강경 대응하는 데 찬성하는 분위기다. 6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강행에 반대하며 전시 내각을 탈퇴했던 야권 지도자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도 25일 “헤즈볼라가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우리도 (레바논) 영토에 들어가야 한다”며 지상군 투입 및 확전을 지지했다.

● 미국과 이란 모두 이번 사태 개입 선 그어

이스라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이 사실상 중재 여력이 없다는 점도 네타냐후 총리가 인명 피해 증가에 따른 비난에도 공격 강도를 높일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임하며 사실상 레임덕(권력 누수) 상황에 빠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전면전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도 이번 사태에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 중인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은 이스라엘의 덫에 끌려들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은 싸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헤즈볼라가 최근 이란에 이스라엘을 공격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란이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로서는 이란의 개입이란 변수도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 것.

하지만 확전이 네타냐후 총리가 원하는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가일 탈시르 히브리대 정치학과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헤즈볼라가 텔아비브로 로켓 수천 발을 발사할 때도 국민들이 그를 용인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헤즈볼라는 25일 이란제 탄도미사일 ‘까데르1’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정보기관 ‘모사드’ 본부를 겨냥해 발사했으나 중장거리 미사일 방공망인 ‘다윗의 돌팔매’에 의해 격추됐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