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던 해인 2014년 매출 206조원, 영업이익 25조원에서 2022년 매출 302조원, 영업이익 43조원을 찍으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지난해 매출 259조, 영업이익 6조5000억원으로 추락했다가 올 상반기 매출 145조원, 영업이익 17조원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를 타는 업종 특성상, 한 시점의 실적을 놓고 삼성전자가 '위기의 기업'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반도체 부문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던 과거의 삼성에 비하면 '삼성의 위기'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2021년 9만8000원까지 갔던 주가가 6만원 초반에서 머무는 게 그 증거다. 위기의식을 드러낸 한 사례가 핵심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수장 교체다. 잘 하고 있는 장수를 바꾸지는 않는다. 그랬다면 그게 더 문제일 것이다. 또 하나 바꾼 이가 노장이라는 점도 약점의 노출일 수 있다.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의 부재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전영현 부회장의 취임 메시지는 삼성전자의 현실을 짚었다. 그는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과제로 제시했다. 1등이었던 D램 경쟁력이 흔들린다고 진단한 것이다. 서버용 D램은 진작에 SK하이닉스에 밀렸고, HBM3E는 연내 엔비디아의 퀄테스트 통과가 불투명하다. 파운드리는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 TSMC는 주문을 받은 뒤 공장을 짓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공장을 먼저 지으며 주문을 기다린다. 수주가 막히면 위태로워지는데, 빅테크들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 TSMC로 달려갔다. 평택캠퍼스의 신규 팹(P4)은 4개 라인 중 2개가 파운드리였지만 모두 메모리로 돌렸다. 지난해에만 수십조원을 투입한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은 낮은 수율로 고전한다. 가전과 통신이 좋은 것도 아니다. LG전자와 달리 TV·생활가전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하락했고, 스마트폰은 애플에 치이고 화웨이에 밀리는 모양새다.
전 부회장은 경쟁력이 약화된 근본 원인으로 부서 간· 리더 간· 리더와 구성원 간의 소통을 꼽았다. '현재를 모면하기 위해 문제를 숨기거나 회피하고, 희망치와 의지만 반영된 비현실적 계획을 보고하는 문화가 퍼져 문제를 더욱 키웠다'고 했다. 사실을 말하면 질책을 받으니, 굳이 말하지 않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를 원하니 희망치와 의지를 들려줬을 것이다. 이러면 최고경영자는 '헛것'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그것은 '헛일'이 되기 쉽다. 그 결과는 인재이탈과 무기력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열정과 능력 있는 이들부터 떠나고, 남은 이들은 삼무원(삼성+공무원)이 된다. 업황은 업다운이 있으니 좋은 시절이 올 때까지 버티면 되지만, 스스로 무너지면 방법이 없다.
이런 양상은 반도체 사업 부문에 한정됐다기보다 전체의 한 단면이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 사업부서의 엔지니어들은 빈카운터스(재무)의 기술에 대한 몰이해를 지적한다. '기술의 삼성'이 신기술 개발 대신 원가절감으로 버티다 한계를 맞은 것이라고 특정 인물과 조직을 겨냥한다. 이같은 불협화음은 어느 기업이나 있지만 방치하면 회사가 망가진다. 삼성전자는 일개 기업이 아니다. 잘 되느냐 못 되느냐가 임직원과 대주주 뿐만 아니라 2238만명의 국민연금 가입자, 403만여명의 소액주주 등에 영향을 준다. 고용과 성장률, 환율 등에도 마찬가지다. 삼성에 이로운 것은 한국에 이롭다.
해법을 찾는 것은 이 회장의 몫이다. 혁신의 출발이 '인적 혁신'이라고 한다면, 전 부회장의 기용이 시작이었고, 곧 다가올 인사시즌에 마무리를 해야 한다. 소통의 벽을 친 '고인물'은 부어 내고, 비현실적 계획을 말한 '썩은 사과'는 들어내야 한다.
강기택 산업1부장 acek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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