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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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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신도시 이어 서부선까지…연이은 경전철 좌초에 인근 집값도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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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최근 서부선(새절역-서울대입구역)과 위례신사선(위례신도시-신사역) 등 서울 내 경전철이 연이은 사업 지연을 직면하며 인근 주민들의 기대가 식어가고 있다. 사진은 2022년 개통한 신림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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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의 경전철 사업이 저조한 사업성에 발목이 잡혔다. 공사비 급등과 업황 악화가 겹치면서 사업자가 참여 의사를 철회하거나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서 고배를 마시는 일이 늘었다. 출퇴근 편의 제고와 부동산 가치 상승 꿈꿨던 인근 주민들도 기대감을 내려놓는 분위기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서부선 경전철 우선협상대상자인 두산건설 컨소시엄에 탈퇴 의사를 밝혔다.

서부선 경전철은 서울 은평구 새절역에서 관악구 서울대입구역까지 16.2㎞ 구간을 연결하는 도시철도다. 2021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두산건설 컨소시엄은 △GS건설 △롯데건설 △계룡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건설투자자로 구성됐다.

지난해 9월 현대엔지니어링에 이어 GS건설까지 사업 포기를 선언하며 내년으로 예정됐던 착공이 기약 없이 미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러-우 전쟁 이후 원가율이 오르며 떨어진 사업성이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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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신사선 경전철 노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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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신도시 주민들의 발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위례신사선도 사업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6월 GS건설 컨소시엄이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면서다. GS건설은 서울시에 1100억 원 규모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최대 230억 원까지만 올려줄 수 있다는 입장을 표해 협상이 결렬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공사비를 약 2700억 원 증액하는 내용의 사업자 제안 재공고를 올렸다. 현재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건설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례신사선은 성남시 위례신도시와 서울 지하철 3호선ㆍ신분당선 신사역 14.7㎞ 구간에 12개 역사를 짓는 경전철 사업으로, 2008년부터 추진 중이다.

양천구 신월동과 영등포구 당산동을 연결하는 목동선 또한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 서부 지역의 교통망 개선을 목표로 2000년대 초반부터 언급됐지만 올 7월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예타에서 탈락했다.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6월 5호선 목동역과 1호선ㆍ경의중앙선 청량리역을 잇는 강북횡단선도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좌초됐다. 노선 일부 구간이 산악 지대를 통과해야 해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반면 예측 수요가 적어 사업성이 낮다는 판단이 나왔다.

때문에 인근 주민 사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졌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송파구 장지동 ‘송파꿈에그린 위례24단지’ 59㎡(이하 전용면적)는 2021년 5월 신고가(14억3500만 원, 7층)보다 1억5000만 원가량 떨어진 12억9500만 원(18층)에 손바뀜했다. 관악구 봉천동 ‘벽산블루밍 1차’ 59㎡도 당초 착공이 예정됐던 2021년 말 9억 원(9층)에 팔렸으나 최근에는 7억 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장지동 A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호재가 있지만 실현이 안 되는 게 문제”라며 “유의미한 가격 움직임은 착공이 이뤄져야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절역 인근 B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 역시 “위례신사선도 공사비가 모자라 증액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 한강을 횡단해야 하고 길이도 긴 서부선은 돈은 물론이고 시간도 더 많이 들지 않겠냐”며 “서부선을 염두에 둔 매수 문의도 요즘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건설업 침체기임을 고려할 때 경전철 사업이 정상화하기까지 다소 시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승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계획된 경전철 다수가 민간 투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사업성이 낮으면 빨리 현실화하기가 어렵다”며 “교통 혁신을 추진하기 전에 심각한 정체에 빠져있는 민간투자사업의 활성화, 건설금융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제도개선부터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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