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합산 흑자' 기준 미달 SK하이닉스 포함
'주주환원에 진심' KB금융·하나금융은 '과거'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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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건웅 박승희 문혜원 기자 =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발표됐지만, 투자자들은 갸우뚱한 모습이다. 당연히 밸류업 지수에 포함될 것이라 생각했던 종목이 빠졌기 때문이다.
밸류업에 적극적인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통신주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한국거래소가 내세운 기준에 미달한 SK하이닉스는 포함됐다.
일부에서는 '주주환원'보다는 단기 실적에 치중하면서 '밸류업' 아닌 '밸류다운'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주주환원 규모 외면…기준 미달 종목도 지수에 포함
한국거래소는 지난 24일 100개 종목으로 구성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다.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 신한금융지주(055550) 등이 이름을 올렸다.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 종목 선정방식에 대해 △시장대표성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PBR) △자본효율성 등 5단계 스크리닝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시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주주환원에 초점을 둬왔다.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계기가 타 금융시장 대비 국내 금융시장의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고, 이를 높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주주환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밸류업 지수는 코스피 200대비 배당수익률이 저조하고, 배당 성향은 코스피 200을 소폭 상회하는 등 주요 주주환원 지표가 아쉬운 수준이라는 평이다.
당장 주주환원만 하더라도 단순히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실시'로만 판단하면서 주주환원의 규모는 빠지게 됐다. 신희철 iM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의 질적인 부분은 고려되지 못했다"며 "기대보다 아쉬웠던 밸류업 지수"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시장평가 기준을 '최근 2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산업군별 순위비율 상위 50% 이내, 또는 전체 순위비율 상위 50% 이내'로 두면서 저PBR 종목을 배제했다. 연초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발표한 뒤 국내 증시에선 '밸류업주(株)=저 PBR주'로 불릴 정도로 PBR 1배 미만 저평가 종목이 주목을 받은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과거 적자 여부로만 판단했다. 신 연구원은 "성장성이 고려되지 않는 문제점이 부각됐다"며 "2024년 당기순이익 기준 역성장이 전망되는 기업 개수가 17개이며, 성장률 20%를 하회하는 종목 수 비율이 42%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고점 대비 5분의 1 토막 난 엔씨소프트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됐다.
특히 거래소가 내세운 기준을 스스로 위반했다는 지적도 있다. 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 22년과 2023년 합산 9209억 원 영업손실로 '2년 합산 흑자'라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됐다. 밸류업 공시도 하지 않아 특례 혜택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예외적 사항에 대해선 전문가 판단으로 편출입 여부 결정하도록 지수 운영위원회 운영하고 있다"며 "그에 따라 판단 내려진 것"이라고 답했다.
24일 한국거래소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종목 및 선정기준을 발표했다. 이번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는 △정보기술(24종목) △산업재(20종목) △헬스케어(12종목) △자유소비재(11종목) △금융/부동산(10종목) △소재(9종목) △필수소비재(8종목) △커뮤니케이션(5종목) △에너지(1종목) 등 100개사가 포함됐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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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주주환원 진심인데…과거에 발목
정작 들어가야 할 종목은 빠졌다는 지적이 많다. 밸류업 기준이 '과거 2년 합산 흑자 기업'과 '과거 2년 평균 PBR 상위 50%'에 초점을 맞추면서 주요 종목이 제외됐다.
대표적인 종목이 KB금융지주(105560)와 하나금융지주(086790), 삼성생명보험(032830) 등이다. 주주환원에 적극적이지만, 2022~2023년 낮은 PBR 탓에 밸류업 지수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다만 2022년부터 2023년 은행들은 레고랜드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인해 저평가가 두드러진 시기였다. 실제 당시 KB금융의 PBR은 0.37배지만 현재는 0.51배다.
그나마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지주(316140)는 밸류업 계획을 조기에 공시해 특례를 적용받았다. 거래소는 밸류업 조기 공시기업에 대해서는 수익성, 시가총액, 유동성 등 최소요건만 충족하면 최우선으로 지수에 편입했다고 밝혔다.
KB·하나금융은 밸류업 계획 예고공시를 했지만 아직 본 공시를 하지 않은 상태다. KB금융은 10월에, 하나금융은 4분기 이내에 밸류업 본 공시를 낼 예정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형 금융지주들이 대거 탈락한 원인은 종목 선정에 있어 과거 데이터를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기대감이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KB 금융과 하나금융 등의 편입 제외는 다소 아쉬운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외에 △DB금융투자(016610) △에프앤가이드(064850) △에스트래픽(234300) △디케이앤디(263020) △콜마홀딩스(024720) 등은 조기 공시 기업임에도 최소 요건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콜마홀딩스는 수익성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고 그 외 4개 사는 시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사옥 출입기자실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종목 및 선정기준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신한금융지주회사 등 100개사가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됐다. 정보기술 기업이 24개사로 최다 편입됐으며, 금융주도 다수 선정됐다. (한국거래소 제공) 2024.9.24/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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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수익률 6% 넘는 통신주도 밸류업 지수서 제외
주주환원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꼽히는 배당도 지수에는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통신주가 제외됐다.
지수 선정에 주주환원(배당 지급·자사주 소각) 노력이 반영되긴 했지만, 배당의 유무만을 고려하고 배당 수익률이나 배당 성향은 고려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SK텔레콤(017670)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6%가 넘음에도 밸류업 지수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KT(030200) 역시 예상 배당수익률이 5%에 달하지만 밸류업 지수에 빠졌다.
일부에서는 밸류업 지수의 개선을 요구했다. 심종민 CLSA 연구원은 "밸류 다운?"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한국 밸류업 지수는 개선이 필요하다. 투자자 피드백을 반영해 지수 구성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다가올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이 제한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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