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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베를린 미테구 “평화의 소녀상 사유지 이전 안하면 철거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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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5일(현지시각) 베를린 미테구에 자리잡은 ‘평화의 소녀상’을 감싸는 하진란 작가의 작품 ‘하우스 데어 프램대(Haus der Fremde·타향의 집)’. 하 작가는 미테구청의 동상 철거 통보를 앞둔 현재 소녀상을 상징적으로 보호하고, 소녀상의 역사가 보존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설치하게 됐다고 한겨레에 전했다. 사진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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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압박을 가해 왔던 미테구가 사유지 이전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철거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슈테파니 렘링거 미테구청장은 25일(현지시각) 구청이 주장한 소녀상 철거 기한을 사흘가량 앞두고 자료를 내어 “사적인 예술품 또는 기념물로서 ‘평화의 소녀상’은 공공 부지인 현 장소에 임시로만 허가될 수 있다”며 “소녀상을 영구적으로 세우기 위한 법적인 방법은 민간 부지에 대체 장소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녀상의 사유지 이전 제안을 공식화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공공부지에 소녀상을 세운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와 함께 수천여명의 미테구민들은 현 위치에 소녀상을 존치시켜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지난 20일 미테구 의회도 구청에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라는 취지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럼에도 렘링거 구청장은 “구의회 요청에 따라 소녀상을 영구적으로 설치하기 위해 법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지역 내 여러 기관과 사전 논의를 진행했고, 원칙적으로 긍정적인 답변들을 받아 구체적으로 부지 탐색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해 사유지 이전을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코리아협의회는 이 문제를 두고 지난 24일 렘링거 구청장과 면담을 했지만, 현재로선 구청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테구 쪽에선 사유지 이전 조건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이전 장소도 공개하지 않은데다, 향후 소녀상과 함께하는 ‘위안부’ 교육 활동 또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코리아협의회가 소녀상 근처에 개관한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은 지역사회와 시민단체, 학교와 연계해 다양한 역사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소녀상이 연고도 없는 다른 사유지로 이전될 경우엔 이런 활동도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시 면담에 참여한 코리아협의회 한 회원은 “렘링거 구청장은 아무런 설명 없이 일단 사유지 이전에 동의해야 향후 장소 제시를 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며 “소녀상이 외딴 곳으로 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렘링거 구청장은 코리아협의회와 사유지 이전 방안을 두고 나눈 대화에 대해 “우리와 (단체가) 일정한 타협에 이를 수 있을지를 분명히 살펴보기 위해 2시간 가량 면담했다”며 “코리아협의회가 어떤 타협 의지도 보여주지 않아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행정법에 따라 코리아협의회에 (소녀상) 철거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 철거 시한은 4주 이내로 정해져 있다”고 말해 사실상 구청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철거를 강행할 뜻을 전했다. 렘링거 구청장은 다만 “(4주 동안) 나는 대체 장소를 구체화하기 위해 (민간부지) 소유주들과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며 “코리아협의회가 이 제안을 최종적으로 수락하길 희망한다”고 통보했다.



글·사진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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