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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세계의 맥, 지도로 짚다…‘지도로 보아야 보인다’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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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이 벌이는 마지막 전쟁일까, 중국은 어디까지 영토를 확장할까, 독일은 어떻게 유럽의 중심이 됐을까….

이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세계 흐름의 맥을 짚어내야 한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미 우리 일상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데다 그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세계를 알아야 앞으로의 움직임도 예측할 수 있다.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사이)는 지구촌의 움직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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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아야 보인다’ 책표지. 사이 제공


프랑스 저널리스트 에밀리 오브리, 지정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파리 1대학에서 강의하는 프랭크 테타르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은 5대륙 28개국 상황을 지도를 통해 보여준다. 지도 제작 전문가 토마 앙사르가 그린 지도 120개를 실었다. 기자와 학자가 함께 썼기에 국제 정세와 각국 역사, 경제 상황 등을 이해하기 쉽다. 지도만 봐도 해당 지역 상황을 주제별로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는 올해 7월 말 출간된 후 두 달 만에 1만 2000권이 판매되며 단숨에 교보문고 정치사회부문 1위에 올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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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아야 보인다’에서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국들. 나토 가입국이 러시아의 서쪽을 압박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그 사이에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스웨덴과 핀란드도 나토에 가입했다. 사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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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 공화국의 일부였던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며 나토가 러시아의 서쪽을 압박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그 사이에 자리한 지도는 러시아와 서구권의 충돌을 한 눈에 보여준다. 러시아는 초강대국이었던 소련의 계승자라 여기지만 경제적 어려움, 정치적 다원주의의 부재 등으로 내부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하는 등 대외적으로 강력한 힘을 휘두르며 소련 붕괴로 국민이 느낀 ‘모욕감’을 잊게 해줬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스웨덴과 핀란드도 나토에 가입해 나토 가입국은 30개에서 32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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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아야 보인다’에서 북극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국가인 러시아 미국, 캐나다, 덴마크. 사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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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양의 가스와 원유가 매장돼 있는 북극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를 담은 지도는 자원을 둘러싼 갈등 양상을 압축적으로 확인하게 해준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위해 철도, 송유관, 가스관, 해상항로 등을 건설하고 투자를 진행하는 곳이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까지 뻗어 있는 지도로 중국이 노리는 방대한 지역을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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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아야 보인다’에서 유럽 가운데 자리한 독일. 사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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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가운데 자리한 유럽 지도는 독일이 지리적 위치에 경제적 힘이 더해지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유럽의 중심에 있는 강대국’이 됐음을 보여 준다.

이 책을 출간한 권선희 사이 대표를 서울 마포구 사이 출판사에서 23일 만났다. 권 대표는 민음사와 계열사인 황금가지에서 10년간 편집자로 일한 후 2005년 1인 출판사 사이를 설립했다.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20년 가까이 혼자 일해 왔다. 말 그대로 1인이 꾸려온 출판사다.
권 대표는 지도와 해당 설명을 충실하게 담은 이 책을 찾기 위해 3년 동안 애썼다. 출발점은 그가 2016년 낸 ‘지리의 힘’(팀 마샬 지음·김미선 옮김)이었다. ‘지리의 힘’은 출간 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으며 지정학 분야의 대표적인 책으로 자리 잡았다.(권 대표는 ‘지리의 힘’을 발굴(?)하는 데도 3년 가량 걸렸다고 한다. 그는 특정 내용이 떠오르면 이를 담은 책을 계속 찾는다고 한다.)

“3년 전 인터넷 서점 MD 출신 간부에게 ‘지리의 힘’을 건넸어요. 그러자 ‘제가 지도 덕후예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지도 덕후’라는 말에 꽂히면서 지도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책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지리의 힘’은 각 장마다 지도가 앞에 나와서 책을 읽다 궁금하면 앞으로 돌아가야 하거든요. ‘지리의 힘’은 지리가 중심 주제이기에, 이제 지도가 중심인 책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아마존을 비롯해 지리, 지도와 관련된 여러 사이트를 수시로 검색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지도 관련 책을 찾으면 지도 제작에 대한 책이 많이 나왔어요. 나라별 지도와 사진이 중심이고 텍스트는 짧게 나온 책도 있었고요. 지도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책은 내용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2022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과 런던도서전이 열린 후 주요 책들을 3, 4줄로 짧게 소개한 자료를 받았다. 그 중 영어 제목의 책 ‘비하인드 더 맵’ 소개가 눈에 들어왔다.

“‘28개국을 화려한 지도로 보여준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라고 설명돼 있었어요. 이 내용에 끌리진 않았어요. 프랑스책이 원서여서 프랑스 아마존을 찾아봤죠. 책 판매 순위가 높고 리뷰도 좋더라고요. 책에 나온 지도 이미지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에 그는 프랑스책 전체 파일을 요청했다. 그는 외국책을 국내 출간할 경우 내용을 모두 확인한 뒤 출간 여부를 판단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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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아야 보인다’에서 미국, 중국, 인도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 및 경제적으로 경쟁하는 현황. 사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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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책을 다 봐야 진가를 알 수 있어요. 소개를 보고 기대한 것과는 다른 책이 적지 않으니까요.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도 PDF로 책 전체 내용을 받기 전까지는 비주얼만 좋고 글이 빈약하면 어쩌나 염려됐어요. 국경 분쟁을 나라별로 단편적으로 보여주거나 인포그래픽으로 보여주는 책은 많지만 글이 적으면 한국 독자들은 잘 안 보더라고요. 실제 책 파일을 받아 번역기로 돌려 보니 글 내용이 충실했어요. 분량도 적지 않았고요.”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는 2021년 프랑스에서 출간됐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러시아를 맨 앞으로 배치하고 전쟁에 대한 내용을 담은 개정판이 그 해 다시 나왔다. 국내 출간한 책은 개정판이다.

“외서를 검토할 때는 제목도 같이 고민해요. 부제와 띠지 문구도요. 원고에 대해 확신이 들까말까하는데 제목도 딱 떠오르지 않는 책은 결국 출간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이 책은 검토하는 중에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라는 제목이 떠올랐어요. 프랑스어 원제는 ‘지도의 이면, 전쟁의 귀환(Le Dessous des cartes. Le Retour de la guerre)‘인데 이걸 그대로 쓸 수는 없었습니다.”(두 저자는 프랑스 방송국 아르테TV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반 ‘Le Dessous des cartes’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내용을 책에 담았다.)

출간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진 후 며칠 더 고민했다.

“책을 낼 때마다 출간해도 진짜 후회 없을지 2, 3일간 계속 생각합니다. 제 안에서 일종의 숙성 단계를 거친다고 할까요. 오롯이 혼자 책임을 져야 하니까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거든요.”

한편으로는 ‘지리의 힘’이 마음에 걸렸다.

“혹시 ‘지리의 힘’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됐어요. 출판사의 기둥 같은 책인데 이를 무너뜨리는 건 아닌가, 비슷한 책을 내서 제 살 깎아먹기를 할까봐 염려됐죠. ‘지리의 힘’에 대해 지도가 적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내부 경쟁이 벌어지진 않을까, 온갖 생각이 다 들었어요.”
결국 출간하기로 결정했다.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전 세계를 포괄하며 객관적으로 조망한 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판권을 구매하려는 국내 출판사는 없어서 높지 않은 가격에 판권 계약을 했다. 제작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120개나 되는 지도별로 나라, 도시, 강, 산맥 등 이름을 깨알같이 넣어야 했다.

“보통 번역을 먼저 하고 디자인 작업은 후반에 하는데 이 책은 번역과 지도 그래픽 작업을 1년간 같이 진행했어요. 디자인 담당자가 지도 위에 명칭 하나하나를 우리말로 넣어야 해서 ‘인형 눈 붙이듯이 했다’고 말하더라고요. 일명 ‘마우스 노가다’를 엄청 했죠.”

권 대표도 표기를 여러 차례 확인했다. 군사 용어는 익숙하지 않아 더 신경 썼다.

“작디작은 글씨를 일일이 확인하다 진짜 토 나오는 줄 알았어요. 나중엔 내가 지도인지 지도가 나인지 구분이 안 되더라고요.(웃음)”

마지막 관문은 표지에 넣을 지도를 선택하는 것이었다.(파란색 바탕에 제목을 배치한 프랑스 원서의 표지는 딱딱하고 밋밋한 느낌을 준다.)

“고퀄리티의 지도가 있다는 걸 표지로 보여줘야 했어요. 멋진 지도가 많아 쉽게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더라고요. 특정 지역만 강조한 건 대표성이 떨어지고, 세계 전체 지도는 벙벙하게 보였어요. ‘풍요 속의 빈곤’이었죠.(웃음) 20개 시안을 뽑은 뒤 추려내서 최종 2개를 골랐고, 거래처 관계자와 가족들에게 물어본 결과 중동을 중심으로 유럽, 중앙아시아, 아프리카가 담긴 현재 표지로 결정했습니다.”

책은 프랑스책보다 크게 만들어 글이 여유 있게 배치되게 했다. 책은 나오자마자 독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리뷰에는 ‘어릴 때 사회과부도를 좋아해 휴일마다 보는 게 취미였다.’, ‘사회과부도를 곁에 두고 보며 즐거워했던 추억이 떠오른다’는 내용이 꽤 있다. ‘아이와 같이 보기 좋았다’, ‘지구본과 함께 보니 더 재밌었다’는 글도 있다.

“지정학에 관심 있는 40~60대 남성들이 많이 보셨어요. 20, 30대 독자도 30% 가량 되고요. 지정학을 다룬 다른 책에 비해 젊은 독자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출간 이벤트로 세계지도를 증정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독자들 중에 ‘지도 덕후’가 많은 것 같아요.”

권 대표는 내용으로 승부하는 책을 계속 만들겠다고 했다.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한 책보다는 내용이 가진 힘 자체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독자들이 입소문을 내주고 서로 권하는 책이야말로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사이·2024년)는….

프랑스 저널리스트 에밀리 오브리, 정치학자 프랭크 테타르가 5대륙 28개국 상황을 120개 지도와 함께 보여주며 세계의 흐름을 설명한다. 원제는 ‘Le Dessous des cartes. Le Retour de la guerre‘. ‘지도의 이면, 전쟁의 귀환’이라는 뜻이다. 프랑스 방송국 아르테TV에서 매주 토요일 ‘Le Dessous des cartes’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두 저자는 방송 내용을 책으로 정리했다. 지리적 위치는 각국 정치, 경제, 외교 등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기에 국제적 상황을 넓은 시야에서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제일 먼저 다뤘다. 저자들은 이 전쟁이 푸틴의 마지막 전쟁이 될지 질문하며 러시아 상황을 살펴본다. 푸틴은 소련 붕괴를 “지난 세기의 가장 커다란 지정학적 재앙”이라며 초강대국이었던 소련의 위상을 되찾으려 한다. 이는 경제적 빈곤, 독재로 인한 내부 불만을 밖으로 돌리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를 합병하자 러시아에서 푸틴의 인기가 높아진 건 소련 붕괴와 1990년대 혼란스러운 격동기가 러시아 국민에게 준 ‘모욕감’을 잊게 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는 등 서구권이 러시아의 서쪽 국경까지 바짝 다가오자 러시아의 위기감은 고조된다. 나토를 미국의 군대처럼 여기는 러시아와 나토 가입국들 사이에 우크라이나가 자리한 지도는 이런 상황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국 영토를 지키는데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데다 러시아의 역사적 발상지로 여겨진다고 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탄핵되는 등 친러 성향 정치인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이에 푸틴은 러시아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친러 분리주의 운동을 지원해 양측 간 충돌이 이어졌다.

북극해를 둘러싼 갈등도 만만치 않다. 북극에는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13%와 아직 개발되지 않은 가스의 30%가 매장돼 있다. 북극해는 러시아, 미국, 캐나다, 덴마크가 영유권을 나눠 갖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거대 해저 산맥인 로모노소프 해령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다른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로모노소프 해령이 러시아와 동일한 대륙붕 위에 있다는 사실을 내세우는 것. 북극해 지도를 보면 이 같은 국가 간 갈등 상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은 전쟁을 일으킨 국가이기에 경제적 성장만을 추구했다. 유럽의 중심에 자리 잡은 까닭에 유럽 국가들과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교류하며 유럽을 안정화하는데 기여했다. 유럽중앙은행 등 유럽연합의 여러 제도도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독일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럽의 중심에 있는 강대국’이 됐다.

중국이 급속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미국과 맞서며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건설하고 있는 도로, 철도, 가스관, 송유관을 비롯해 해상 항로는 아시아,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까지 뻗어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중국이 설비 투자를 한 항구가 있는 나라는 스리랑카, 파키스탄, 케냐, 탄자니아 등 상당수다.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훨씬 가까운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국은 최대 교역국으로 경제적 이익이 달려 있고, 미국은 동맹국으로서 안보를 협의해야 한다. 저자들은 오스트레일리아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질 것으로 봤다. 중국이 남태평양 섬국가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면서 그동안 해당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오스트레일리아와 직접적인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 홍콩 등과 함께 북한을 다룬 것도 눈길을 끈다. 우리에겐 익숙한 내용으로, 북한의 핵시설 위치를 보여주며 북한이 최후의 보험인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순서에 상관없이 관심 있는 지역을 찾아보면 된다. 단편적으로 다가왔던 국제 이슈가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지 큰 물줄기 안에서 파악할 수 있다. 국제적 흐름을 차근차근 살펴보면 앞으로의 변화 방향을 가늠하는 안목을 키우는 데 밑바탕이 될 듯 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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