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민희진 거짓 주장 황당”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이사/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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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의 본질은 자회사 사장이 모회사의 심기를 거스른 데 대한 공개처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는 26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 블랙코미디 같은 사건을 겪으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떠올랐다”며 “겉으로는 엄중하고 거창한 분단의 참극으로 비쳤지만 실상은 지극히 인간적 갈등에서 비롯된 우발적 감정으로 빚어진 촌극. 지금 이 상황도 그렇다”고 했다.
이는 걸그룹 뉴진스가 민 전 대표의 복귀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마감 시한인 25일 어도어 측이 이사회를 열고 “민희진 이사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했지만, 대표이사직 복귀 요구는 수용 불가하다”고 결정한 것에 대한 반격이었다.
민 전 대표는 지난 8월 어도어 대표 이사에서 해임된 데 대해 “협의된 안건이 아니었다”며 “이사회 불과 3일 전에 통보받았다. 출장이 있어 이사회 일정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됐다”고 했다.
이어 “화상으로 참석해 해임안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프로듀싱 업무를 맡기겠다고 일방 통보하고 의결이 강행됐다. 이사회는 나를 포함해 5명으로, 하이브 측이 4인이기 때문에 막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납득할 뚜렷한 사유가 없었다”며 “모회사인 하이브의 최초 투자비는 160억원인데 어도어는 2022년 걸그룹 뉴진스가 데뷔한 이후 2023년말 당기순익이 265억원으로 투자금을 넘어섰다”며 “하이브 산하 레이블 중 가장 성장세가 컸다”고 했다.
‘민 전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는 하이브 측 주장에는 “지난 8월 27일까지 어도어의 대표이사였다. 경영권을 탈취한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라며 “하이브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엔 ‘찬탈’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다. 법원에는 차마 제출할 수 없는 여론 호도용 감정적 용어”라고 했다. 어도어 독립 시도 의혹에는 “하이브가 가진 어도어 지분이 80%, 내가 가진 지분은 17.8%다. 어떻게 독립을 시도하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하이브와 갈등을 벌이는 것이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풋옵션 때문이라는 시각에 대해 “돈이 목적이라면 이렇게 괴롭고 지리한 싸움을 감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지난 5월 나를 해임하려 했던 임시주총에 대한 가처분 승소 이후 하이브로부터 돈을 줄 테니 받고 나가라는 협상안이 변호사를 통해 들어오기도 했다”며 “하지만 돈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임 이후 그룹 ‘뉴진스’의 활동에 큰 차질이 생겼다고 했다. “(어도어) 부대표들도 하루아침에 업무에서 배제되고 차단됐다. 다음 음반 작업도 중단된 상태”라며 “이것 또한 하이브가 뉴진스에 대해 벌인 업무방해”라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민 전 대표의 거짓 주장이 황당할 따름”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에게 ‘돈을 줄테니 받고 나가라’는 협상안을 제안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민 전 대표는 대표이사 해임안이 협의된 안건이 아니라고 했으나 이 역시 황당한 주장”이라며 “이사회 안건은 협의의 대상이 아니고 사전 통지 의무도 없다. 그럼에도 어도어 이사회는 개최 3일 전에 민 이사에게 안건을 명확히 알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 전 대표 해임 사유에 대해 “이사회는 신뢰관계 파탄 외에도 ‘프로듀싱과 대표이사 업무를 분리하는 게 정책적으로 적정한 상황’ 등의 설명을 했다”고 했다.
민 전 대표 해임으로 뉴진스의 깜짝 팬미팅이 무산되는 등 활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는 “민 전 대표의 해임과 부대표의 업무 배제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며 “어도어는 한국 팬미팅 장소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고려하고 있었으나 잔디 이슈로 대관이 거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갈등은 하이브가 지난 4월 민 전 대표에 대한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하며 촉발됐다. 민 전 대표 측이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등의 방식으로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시도했다는 것이다. 민 전 대표는 반박했다. 그는 하이브의 또 다른 자회사 빌리프렙에서 작년 데뷔한 걸그룹 ‘아일릿’이 어도어 걸그룹 ‘뉴진스’의 콘셉트, 홍보 등을 카피했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는데, 그것이 하이브가 자신을 공격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어도어는 지난 8월 27일 이사회를 열어 민 전 대표를 해임하고, 김주영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어도어는 당시 “민 전 대표가 대표직에선 물러나지만 뉴진스 프로듀싱 업무는 그대로 맡는다”고 밝혔다. 이에 민 전 대표는 “회사로부터 일방적으로 해임 통보를 받았으며 프로듀싱 업무위임계약서에도 독소 조항이 있다”며 사인을 거부했다.
뉴진스 멤버들은 지난 11일 유튜브 긴급 라이브 방송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건 민희진이 대표로 있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의 어도어”라며 “방 회장(방시혁 의장)님과 하이브는 25일까지 민희진 대표를 그룹 경영과 프로듀싱에 복귀시켜달라”고 했다.
뉴진스의 요구에 어도어는 25일 “민 전 대표의 복귀는 불가하다”면서 ‘사내이사와 프로듀싱 업무 임기 보장’을 절충안으로 제시했다. 민 전 대표는 대표직 복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양측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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