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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대구 동성로 퀴어축제 1개 차로만 써라"…법원, 경찰 손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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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렸던 지난해 6월 17일 오후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참가자들이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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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수자 축제인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오는 28일 대구 동성로 등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경찰과 대구시 공무원들 간 ‘공권력 충돌’을 야기했던 도로 전체 차로 통제는 올해 ‘1차로 제한’으로 축소됐다. 법원이 “1개 차로만 사용하라”고 축제 주최 측에 통고한 경찰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채정선)는 26일 “대구시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 2차로를 모두 사용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대구 중부경찰서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 “1개 차로, 과도한 제한 아냐”



재판부는 “(경찰 측이) 집회 장소를 일부 제한하는 것일 뿐이고 집회를 전면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1차로만 허용한다고 해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보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이어 “집회 장소는 왕복 2차로인 대중교통전용지구로서 버스정류소인 ‘약령시 건너’는 대구시 전체 3722개 버스정류장 중 이용객 수가 가장 많고 ‘약령시 앞’도 시민 왕래가 빈번한 곳”이라며 “지난 수년간 이곳에서 집회가 가 열리면 심한 교통혼잡이 발생했기 때문에 시민통행권을 고려해 1개 차로 사용은 원고의 집회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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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와 인권단체 등이 지난 3일 대구 중구 옛 중앙파출소 광장 앞에서 '제16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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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조직위 측이) 왕복 2차로 중 1개 차로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도 부여받았고 행사부스를 자전거 보관소, 가로수 등 지장물이 없는 곳에 설치하면 충분히 접근할 수 있고 퍼포먼스와 즉흥공연도 옛 중앙파출소 앞 광장과 같은 넓은 공간에서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조직위가 대구퀴어문화축제 개최를 위한 집회를 신고하자 대중교통전용지구 2개 차로 중 1개 차로만 이용할 수 있다며 집회제한을 조직위에 통고했다. 이에 조직위는 “1개 차로에서 축제를 진행하면 무대 차가 들어올 수 없고 축제 참가자 안전이 우려된다”는 취지로 경찰을 상대로 법원에 집회 제한 통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지난해 전 차로 통제 땐 ‘아수라장’



이에 따라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지난해를 포함해 5년 동안 같은 장소에서 2개 차로를 이용해 왔지만, 올해 1개 차로에서만 열릴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6월 대구퀴어문화축제 때는 경찰과 대구시 공무원이 부딪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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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7일 오전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리는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행정대집행에 나선 공무원들이 행사 차량의 진입을 막으려 하자 경찰이 이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공무원과 경찰이 충돌해 뒤엉켜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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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주최 측이 부스와 무대 설치물 반입을 시도하자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 대구시 중구 공무원 500여 명이 길을 막아섰고, 경찰이 길을 터주는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대구시는 “축제 측이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했다”고 했고, 경찰은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라며 맞섰다. 경찰이 설치물을 반입시키는 과정에서 대구시 공무원 2명이 밀려 다치기도 했다.



대구시 “버스 노선 우회”



이날 법원의 기각 결정이 나오자, 대구시는 대중교통전용지구 내 운행 중인 14개 시내버스 노선은 우회하고, 행사장 주변에 안내요원을 배치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또 정류소와 차내에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하도록 무단횡단 방지용 방호 울타리나 자전거 보관대 등을 옮길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경찰과 함께 해당 집회가 안전하게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백경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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