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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바닥에 누운 사과껍질 조각…창원조각비엔날레 27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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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홍승혜 작가의 작품 ‘모던 타임즈’. 창원조각비엔날레 주전시장인 성산아트홀의 입구 유리창에 시트를 이용해 가로 7.3m, 세로 16m 크기로 설치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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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전거 바퀴는 골목의 모퉁이를 만날 때마다/둥글게 둥글게 길을 깎아내고 있어요/그럴 때마다 나 돌아온 고향 마을만큼/큰 사과가 소리없이 깎이고 있네요”



김혜순 시인은 시집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문학과지성사. 2000)에 실은 시 ‘잘 익은 사과’에서 사과 깎는 모습을 보고 고향마을 골목길과 그 길을 달리는 자전거를 떠올린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창원조각비엔날레는 길게 깎인 사과 껍질을 바닥에 수평으로 누운 조각 작품으로 상상한다. 위로 위로 쌓아 올리는 조각 작품이 아니라, 옆으로 옆으로 뻗으며 공간을 연결하는 조각 작품이라니.



국내 유일한 조각비엔날레인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오는 27일부터 11월10일까지 경남 창원시 성산아트홀·성산패총·동남운동장·문신미술관 등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큰 사과가 소리없이’다. 김혜순 시인의 시 ‘잘 익은 사과’에서 따온 문구다. 현시원 창원조각비엔날레 예술감독은 26일 기자설명회에서 “나선형 시간을 표현하는 사과 껍질의 움직임처럼 예술가와 시민이 도시와 조각 안에서 만나며 스스로 길을 내고 연결하는 조각비엔날레를 구상했다”라며 “창원 도시 전체를 큰 전시도면으로 삼고, 도시 풍광 자체를 주요 매체로 삼아 조각을 둘러싼 다양한 움직임과 목소리를 조명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겨레

현시원 창원조각비엔날레 예술감독이 26일 기자설명회를 열어 전시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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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원 예술감독의 설명처럼, 올해 행사의 전시장은 항상 하던 성산아트홀 한곳에 머물지 않고 창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네곳으로 확장했다. 성산패총은 1973년 창원국가산업단지 조성공사 도중 발견된 선사시대 조개무덤이다. 생산과 발굴의 이중적 시간을 상징한다. 동남운동장은 올해 설립 50돌을 맞은 창원국가산업단지의 상징적 시설이다. 도시의 시간과 조각의 개념을 성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문신미술관은 문신 조각가가 14년에 걸쳐 직접 일군 미술관이다. 개인 미술관을 공적 미술관으로 환원함으로써 개인의 이상과 공적 가치, 조각과 도시가 관계 맺는 모델을 보여준다.



창원은 김종영, 문신, 박종배, 박석원, 김영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조각가들을 배출한 도시이다. 창원시는 이들의 명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12년부터 2년마다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열고 있다. 제7회를 맞은 올해는 16개국 63팀 작가 86명이 작품 177점을 출품했다. 성산아트홀·동남운동장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휴관일 없이 운영하고, 성산패총·문신미술관은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운영한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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