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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39년 만에 공동개발구역(JDZ) 협정에 따른 공동위원회를 재개하면서 그동안 잊혔던 대륙붕 '제7광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왕고래'라는 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은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을 계기로 7광구에도 석유와 가스가 묻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20년 가까이 멈춰 선 탐사작업이 재개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일본과의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7광구에서의 우리 이권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 남단에 위치한 7광구는 1960년대 석유 자원 매장 가능성이 제기되며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에 한일 양국은 1974년에 JDZ 협정을 체결하고 동중국해 8만2557㎢ 대륙붕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양국은 1978년 6월 협정 발효 이후 이 지역에서 두 차례 공동 탐사를 펼쳤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유의미한 유전이 나오지 않으면서 탐사 작업도 중단됐다. 1982년에는 유엔 해양법 협약 체결로 배타적경제수역(EEZ) 개념이 도입되며 7광구 해역의 90%가 일본 측 EEZ에 속하는 기준이 마련됐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현 JDZ 협정을 종료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2002년 양국 공동 탐사 이후 일본은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공동 개발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일본은 한국의 요청에도 1993년 이후 공동 탐사의 전제조건인 조광권자(자원 탐사·채취를 허가받은 자) 지정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유엔 해양법 규정이나 국제 판례에 비춰 중간선을 바탕으로 경계를 확정하는 게 공평한 해결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며 JDZ 관련 재협상에 나설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JDZ 협정은 발효된 지 50년 뒤인 2028년 6월 종료된다. 종료 통보가 없으면 유효하지만, 내년 6월 이후 한 나라가 상대국에 서면으로 '협정 종료'를 통보하면 기한에 맞춰 종료된다.
정부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JDZ 협정 종료 통보를 하더라도 해당 수역이 자동으로 일본에 귀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곳은 주변국 간 경계가 획정되지 않은 '경계미획정 수역'으로 특정 국가가 일방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JDZ 협정이 유효한 상황에서는 양국 간 협의만으로 7광구의 탐사·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만큼, 현행 협정을 유지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한일 JDZ 협정 종료를 기회로 삼아 7광구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2008년 일본과 동중국해 일부 수역에 대한 공동 개발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7광구 서남측 해역에서 자원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이 조사 중인 구역은 7광구와 겹치지는 않지만, 가까운 곳은 불과 1㎞ 거리다. 중국은 현재 7광구 서남방 해역에서 펑후(澎湖) 유전을 운영하면서 룽징(龍井) 가스전 개발에도 추가로 나서고 있다. 특히 중국은 7광구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뻗어나간 대륙붕이며 EEZ 기준으로도 해당 수역에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협정 종료를 명분으로 7광구 일대에서 일방적으로 독자 개발을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한일 양국이 협의를 통해 7광구를 공동으로 탐사·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창건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현행 협정을 유지하며 일본과 공동 개발하는 것이 한국 입장에서는 유리하지만, 일본이 양보하려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은 교섭과 타협을 거쳐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성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책분과 부의장은 "일본 입장에서는 현 JDZ 협정이 끝나고 새로 협상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협상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타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정 종료로 동중국해에서 중국 해군의 활동이 정당성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국에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근 한일 관계가 우호적인 것이 장기간 중단된 공동위가 열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판단도 나왔다. 박 교수는 "최근 들어 많이 개선된 양국관계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이 문제가 잘못 다뤄지면 축제 분위기를 망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 모두가 선제적으로 관리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대의 기자 /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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