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증시가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이후 처음 겪는 일에 직면했다. S&P500지수가 2년 연속 20% 이상 상승하는 기록이다.
S&P500지수는 지난 24일 올들어 상승률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이날 S&P500지수는 올들어 41번째 사상최고치 경신 기록도 함께 세웠다.
2023년 이후 S&P500지수 추이/그래픽=김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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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이후 2번째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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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엔 S&P500지수가 0.2% 하락하며 올들어 수익률이 19.97%로 다시 20%를 살짝 하회했지만 지금과 같은 강세 기조가 이어진다면 올해도 20% 이상 상승으로 한 해를 마감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S&P500지수가 올해도 20% 이상 상승한다면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투자자들이 인터넷의 등장에 흥분하며 닷컴주를 비롯한 증시 전체가 들썩이던 때였다.
이 결과 S&P500지수는 1995년부터 1998년까지 4년 연속 20% 이상 상승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S&P500지수는 1999년에도 19.5% 올라 5년 연속 20% 이상 상승이라는 기록을 세우는데는 실패했지만 그에 버금가는 호황을 이어갔다.
1995년 이전에는 195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S&P500지수가 2년 연속 20% 이상 상승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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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버블 때처럼 기술주 비중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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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 전략가인 스티브 소스닉은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S&P500지수의) 이같은 수익률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1990년대 후반이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과 현재 증시를 비교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소스닉은 "인터넷 시대와 현재 상황을 지나치게 유사하게 보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당시는 사람들이 주식과 사랑에 빠졌던 때"라고 밝혔다.
현재 증시에서 기술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닷컴 버블 때처럼 높다는 점이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다. 야데니 리서치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에릭 월러스타인은 S&P500지수 내에서 정보기술(IT)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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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R, 지금이 1999년보다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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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버블이 붕괴하기 직전인 1999년 말과 현재의 증시 밸류에이션을 비교하기도 한다. 팩트셋에 따르면 매출액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매출액비율(PSR)은 지금이 1999년 말보다 높다.
내년 매출액 전망치를 기준으로 S&P500지수의 현재 PSR은 2.9배로 1999년 말 2.4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반면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은 1999년 말보다 지금이 더 낮다. 1999년말보다 PSR은 높으면서 PER은 낮은 이유는 지난 24년간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내년 순이익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PER은 현재 21.6배로 24를 살짝 하회했던 1999년 말에 비해 낮다.
그렇다면 PSR과 PER 가운데 어떤 기준이 증시의 밸류에이션을 좀더 잘 보여줄까. 소스닉은 투자자들에게 결국 중요한 것은 순이익이라며 PSR보다 PER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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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 높아도 증시 상승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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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재 S&P500지수의 PER이 1999년 말보다 낮다고는 해도 역사적인 기준에서는 여전히 높은 편이란 점이다. 이 때문에 JP모간은 향후 10년간 S&P500지수의 수익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JP모간은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향후 10년간 S&P500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이 5.7%로 1957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인 8.5%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야데니 리서치의 월러스타인은 2030년까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면서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 수익률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산성 향상으로 이익률이 확대돼 증시가 지금까지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다.
월러스타인은 성장성이 높아 시장 평균 대비 높은 PER을 적용받는 정보기술 및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업종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증시 밸류에이션이 앞으로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산업 구조의 변화를 고려할 때 적정 PER이 올라갈 수 있으며 이 때문에 단순히 과거 수치와 비교해 PER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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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이외 업종으로 랠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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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처럼 대형 기술주가 증시 랠리를 주도할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 이미 올 3분기부터 상승 주도주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는 대형 기술주의 독무대였다면 3분기 들어서는 금융, 제조업, 유틸리티 등 기존에 수익률이 저조했던 업종들이 약진하고 있다.
이는 증시 랠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올들어 이번주 초까지 S&P500 기업 중 주가 수익률이 S&P500지수를 웃돈 기업의 비율은 약 34%였다. 이는 지난해 29%에 비해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10년간 평균 46.2%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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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가 증시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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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주 0.5%포인트의 빅컷(Big cut)을 시작으로 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경제가 침체를 피해가면서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는 25일 오후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향후 (통화정책적) 조치는 인플레이션과 고용, 경제활동 지표에 달려 있지만 경제 여건이 지금까지와 같은 방향으로 지속된다면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경제는 탄력적이긴 하지만 둔화되고 있다며 연준은 경제가 더 이상 약화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지난 23일 시카고에서 열린 Q&A 행사에서 "현재 기준금리는 중립금리보다 몇 %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해 향후 빠른 속도의 금리 인하가 필요다는 뜻을 시사했다.
중립금리란 경제 성장을 자극하지도 않고 제한하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로 직접 측정할 수는 없고 추정할 뿐이다.
주목할 점은 증시 급등세가 본격화됐던 1995년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 경기 연착륙(소프트랜딩)에 성공했던 때라는 점이다.
TS 롬바르드의 글로벌 매크로 담당 이사인 다리오 퍼킨스는 지난 19일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이번 연준의 금리 인하로 1995년처럼 미국 경제는 연착륙에 성공하고 증시는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편, 26일에는 노동시장에서 감원 추이를 알 수 있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와 제조업 신규 주문의 척도가 되는 8월 내구재 주문,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가 발표된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국채시장 컨퍼런스에서 개막사를 한다. 하지만 미리 녹화된 동영상을 공개하는 것이라 시장에 영향을 줄만한 특별한 발언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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