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4법·25만원법·노란봉투법 재표결 부결
국민의힘, 한석훈 부결에 "사기 당해" 항의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의사진행과 관련해 언쟁을 벌이고 있다.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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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법안들이 재표결에 부쳐졌지만 줄줄이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의 퇴장으로 국회 본회의 진행이 잠시 중단됐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정족수 미달로 정회를 선언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우 의장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고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민생회복지원금법,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재표결을 진행했다.
방송4법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내용으로 이사수를 늘리고, 언론단체 및 시민단체 등 외부에 이사 추천권한을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도 있다.
총투표수 299표 중 방송법은 찬성 189표·반대 107표·무효 3표, 방송문화진흥회법은 찬성 188표·반대 109표·기권 1표·무효 1표,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찬성 188표·반대 108표·무효 3표, 방통위법은 찬성 189표·반대 108표·무효 2표였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할 수 있어 여당에서 이탈표가 나와야 통과가 가능해 방송4법은 모두 부결됐다.
전국민에게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민생회복지원금법은 찬성 184표·반대 11표·무효 4표로 부결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으로 1인당 25만원에서 3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이숙진 선출안이 가결, 한석훈 선출안이 부결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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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사측의 노조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도 찬성 183표·반대 113표·기권 1표·무효 2표로 부결됐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최종 폐기됐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들은 부결 후 즉시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항의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집권여당의 민생포기, 개혁방해 행위를 강력 규탄한다. 국민의힘이 국민 삶을 책임져야 할 집권여당이 맞는지,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생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윤 대통령의 지시에 놀아나는 꼭두각시, 용산의 거수기 노릇을 하겠다는 것인가. 양심이 있다면 부끄러운 줄 알라. 국회의원을 만들어 준 것은 국민이지,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통치에 거수기가 됐다. 도를 넘은 거부권 행사로 국회 입법권 자체가 짓밟히는 상황이다. 지속적 재의결 비토하는 행태는 여당이 정당 기능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나면서 본회의 진행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석 앞까지 나와 우원식 의장에게 항의했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성준 의원 등과 대화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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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은 아직까지 민주당 당원인 줄 아는가. 국회 본회의장이 민주당 의총장인 줄 알고 민주당이 하고 싶은 대로 허용해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법안 재표결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후보자에 대한 선출안 표결도 진행됐다. 야당이 추천한 이숙진 후보자의 선출안은 통과된 반면 국민의힘이 추천한 한석훈 후보자에 대한 선출안은 부결됐다. 이 후보자의 선출안은 재적 의원 298표 중 찬성 281표, 반대 14표, 기권 3표였고, 한 후보자에 대해선 298표 중 찬성 199표, 반대 173표, 기권 6표였다.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국민의힘에선 항의가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너무하다", "합의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크게 반발했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의사진행과 관련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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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원내대표는 우 국회의장에게 "인사를 각자 추천했으면 존중하는 것이 맞는데 이렇게 되면 의사진행이 되겠냐"고 항의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원하는 대로 의견이 안 나오면 무조건 보이콧을 한다는 것이냐"라고 되물었다.
국민의힘의 항의가 거세지자 우 의장은 15분간 정회를 제안했다. 본회의 속개 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발언에서 "경찰청에서 보고 받았는데 사기범죄가 점점 창궐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는데 국회 본회의장에서도 사기를 당할 줄은 몰랐다"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반면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기를 당했나. 국민이 사기당하지 않았나. 윤석열 정권에 대해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고, 이런 정권은 처음 본다는 외침을 국민의힘은 모르는가"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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