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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시간이 멈춘 땅, 한반도 허리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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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공기가 쾌청했던 이달 23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해금강을 바라봤다. 통일전망대는 해파랑길 50코스와 DMZ 평화의 길 34코스의 종점이기도 하다. 해파랑길이든 평화의 길이든 여기서 출발해서 반대 방향으로 걸어도 된다.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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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남해안·서해안에 이어 휴전선 접경 지역까지, 대한민국 영토를 에두르는 코리아둘레길이 완성됐다. 284개 코스, 무려 4500㎞에 이르는 초장거리 트레일(걷기여행길)이다. 누가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했나. 코리아둘레길은 미국을 동서로 횡단하는 거리와 맞먹는다.

2009년 조성을 시작한 코리아둘레길의 마침표를 ‘DMZ 평화의 길(이하 평화의 길)’이 찍었다. 지난 23일 인천 강화부터 강원도 고성까지 510㎞ 길이의 평화의 길이 정식 개통하면서다. 평화의 길은 코리아둘레길을 이루는 기존 3개 트레일(해파랑길·남파랑길·서해랑길)과 성격이 다르다. 휴전선 접경 지역이어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코스도 있고, 까마득한 오지도 통과해야 한다. 여느 트레일을 걸을 때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평화의 길, 횡단·테마노선 나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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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평화의 길 강화 구간에 있는 월곶돈대. 전망 좋은 정자, 연미정이 뒤편에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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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길은 2019년 4월 27일 처음 공개됐다. 남북정상회담 1주년 기념일에 맞췄다. DMZ를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4·27 판문점 선언에 따른 결정이었다. 강원도 고성과 철원, 경기도 파주에서 3개 코스를 개방했고, 순차적으로 추가 코스를 열었다.

동서 횡단 코스도 준비 중이었지만 복병이 나타났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하는 바람에 2019년 가을 트레일을 전면 폐쇄했다. 이후 코로나가 덮쳤고 남북 관계가 경색되자 평화의 길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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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도라산전망대에서 북한 개성공단을 보는 사람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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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위기를 넘기고 넘겨 한반도 허리를 잇는 길이 끝내 개통했다. 평화의 길은 여느 트레일과 달리 지역의 관광명소를 발도장 찍듯이 방문하지 않는다. 휴전선과 바투 붙어 이어지므로 한반도의 상처를 관통하고 인적 끊긴 자연을 벗 삼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문체부 용호성 1차관은 23일 평화의 길 개통식에서 “평화의 길이 완성됐으니 굳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갈 필요가 없다”며 “평화의 길을 비롯한 코리아둘레길을 세계적인 걷기여행길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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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테마노선을 이용하면 방문할 수 있는 백마고지 전적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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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길은 크게 2개 노선으로 나뉜다. 횡단 노선과 테마 노선. 23일 개통한 건 35개 코스로 이뤄진 횡단 노선이다. 소수의 예약자만 참가하는 테마 노선은 이미 운영 중이다. 경기도 고양 장항습지 코스,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 코스 등 10개 시·군이 테마 노선을 하나씩 갖췄다.

민간인 통제구역 포함, 신분증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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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3일 강원도 고성에서 열린 코리아둘레길 개통식 참가자들이 통일전망대에서 DMZ박물관까지 걸은 뒤 단체 사진을 찍은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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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 노선은 인천 강화 평화전망대에서 시작한다. 한강 하구 너머 북한 땅을 바라본 뒤 걷는다. 강화 구간은 1개 코스로 15.9㎞를 걷는 비교적 쉬운 길이다. 민간인 통제구역이 포함돼 있어 신분증을 꼭 챙겨야 한다. 강화 동쪽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걸으며 연미정, 6·25 참전용사 기념공원, 갑곶돈대 등을 지난다.

2~4코스가 지나는 김포 구간은 문수산성과 한강 야생조류 생태공원이 하이라이트다. 고양 구간은 2개 코스로 이뤄졌다.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통일동산까지 연결된 5코스 말고도 4-1지선(支線) 코스가 있다. 일산 주민이 많이 찾는 행주산성과 장항습지가 4-1코스에 있다. 완보 인증서 발급을 위해 꼭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는 아니다.

파주 구간은 5개 코스로 이뤄졌다. 임진강역에서 율곡습지공원까지 걷는 8코스가 현재 제방 공사 탓에 이용이 불가능하다. 8코스 말고도 도로공사, 안보 문제 등으로 중간중간 막힌 구간들이 있다. 한국관광공사 강영애 전문위원은 “이런 코스는 우회로를 걷거나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니 두루누비 앱을 꼭 확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천 구간인 11~14코스는 학곡리 고인돌, 고구려 보루성 등 역사 유적지가 많다. 옥녀봉에 설치된 10m 높이의 인사하는 사람 ‘그리팅맨’이 기념사진 장소로 유명하다.

화천구간, 폐무기 활용 전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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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에 있는 꺼먹다리.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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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강원도로 넘어간다. 110㎞에 달하는 철원 구간(15~19코스)이 전체 평화의 길 중에서 가장 길고 가장 볼거리가 많은 구간으로 꼽힌다. 옛 북한 노동당사, 탐조 명소 두루미 평화타운, 철원 제일 명승지 고석정 등을 지난다. 20~23코스는 화천 구간이다. 한국 최초의 콘크리트 다리인 꺼먹다리, 평화의 댐 옆에 들어선 국제평화아트파크 등이 대표적인 볼거리다. 국제평화아트파크에 탱크·전투기 같은 폐무기를 활용한 예술품이 전시돼 있다.

양구 구간(24~29코스)을 걸으면 두타연 계곡 길목의 두타연 갤러리, 지형이 화채 그릇을 닮은 펀치볼 마을을 만난다. 인제 구간은 30코스 딱 하나로 이뤄졌다. 평화의 길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로 꼽히고, 길이도 21.7㎞에 달한다. 매주 금요일 설악금강서화마을에서 운영하는 걷기 프로그램을 예약해야 걸을 수 있다. 코리아둘레길을 관리하는 ㈔한국의길과문화의 홍성운 이사장은 “평화의 길은 오지 구간이 많고 변수가 많다. 꼭 여럿이 걸으시라”고 말했다.

고성 구간(31~34코스)에서 대장정이 막을 내린다. 제진검문소부터 평화의 길 종점인 통일전망대까지는 도보 이동이 불가능하다. 자가용으로 이동해야 한다.

교통정보 담은 ‘두루누비 앱’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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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코리아둘레길 상세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앱 ‘두루누비’에 다 있다. 최신 길 정보뿐 아니라 교통편, 화장실, 길 주변 상점 등 각종 이용 정보를 두루 담았다. 예약이 필요한 코스는 예약 사이트로 연결해준다. 코리아둘레길을 걷는 사람은 인증을 중시한다. 이 또한 두루누비에서 할 수 있다. 코스 시점과 종점에서 QR코드를 촬영해 인증하거나, 앱의 ‘따라걷기’ 버튼을 누르고 걸으면 자동으로 인증된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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