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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다 이기는 윤 대통령 [강주안의 시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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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강주안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승부사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과의 충돌을 불사했고, 문재인 정부에선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을 쓰러뜨렸다. 이런 투지를 장착해 대통령이 됐다. 이후로도 도전장을 내는 사람들을 응징했다. 최근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한 방 먹었다.

지난달 저녁 약속을 했다가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받은 한 대표는 다시 잡힌 지난 24일 만찬에서 독대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대통령과 ‘이인삼각’ 파트너로 국정을 이끌어야 할 여당 대표지만, ‘채 상병 특검’을 두고 이견을 노출한 그에 대한 예우는 다른 당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 대표는 재차 만남을 요청했으나 윤 대통령이 겸상을 허락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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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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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의 수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찍이 경험한 바 있다.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패한 이 대표는 여러 차례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면박을 당했다. 여권 지도부와 함께 오라는 윤 대통령의 입장은 확고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에 압승하고 나서야 약 2년 만에 윤 대통령과 마주 앉는 기회를 얻었다.



특검 언급 한동훈 독대 요청 거절



이처럼 여야 대표까지 초라하게 만든 승부사 윤 대통령에게 웬만한 인물은 대적할 상대가 못 된다.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 맞서는 의사 단체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절충 방안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됐다. ‘2000명 증원’의 근거를 역설하던 윤 대통령에게서 놀라운 발언이 나왔다. “(의사단체들은) 무조건 안 된다는 거다. 오히려 줄이라고 한다.”

전공의 대표를 비롯해 의료계의 공식 요구는 ‘원점 재검토’다. 정원 감축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개인적으로 내놨던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마음속에 임 회장을 담아뒀다는 얘기다. 임 회장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게 얼마나 쉽나. 그러니 이 싸움에서 물러설 리 없다.



명품 가방 받은 김 여사는 면죄부



대통령을 그나마 긴장시킨 건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다.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 가방을 받는 영상을 공개했을 때 이건 적당히 넘길 수 없을 듯했다. 그러나 김 여사는 아직 제대로 사과도 안 했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면죄부까지 받아놓은 상태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이원석 전 검찰총장마저 퇴임을 앞두고 김 여사 수사에 약간의 의지를 내비쳤다가 곧바로 ‘소환조사 보고 패싱’을 당했다.

돌이켜보면 김 여사에게 수사심의위는 식은 죽 먹기였다. 외부 인사 15명 앞에서 검찰과 김 여사 측이 차례로 입장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했다. 김 여사 측은 물론 검찰 수사팀도 불기소를 역설하는 상황이니 수사심의위는 ‘불기소 설명회’에 가까웠다. 만장일치로 불기소 의견이 안 나왔다면 이상할 일이다.

뒤이어 열린 최재영 목사 수사심의위에선 검찰과 최 목사 측이 대립했고, 양측 설명을 들은 외부 인사 15명 중 과반(8명)이 기소 의견을 냈다. “김 여사 수사심의위도 최 목사 쪽에서 발언할 기회가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분석한다.



작은 승리보다 19일 뒤 선거 중요



이렇듯 모든 상대를 패퇴시킨 윤 대통령에게도 이기지 못하는 승부가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선거전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이어 지난 총선에서 여당은 참패했다. 여당 내부 선거도 마찬가지다. ‘친윤’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당한 한동훈 대표는 전당대회 첫 투표에서 과반 지지를 얻어 싱겁게 게임을 끝냈다.

내일 거소투표 신고가 마무리되면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비롯해 본격적인 재·보선 국면에 들어선다. 윤 대통령 임기의 반환점에 치러지는 중간평가의 성격이다.

작은 경쟁에서 연승한 뒤 선거에 패배하기보단 평소 많은 양보를 하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획득해야 큰 정치인이다. 성공한 대통령의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19일 뒤면 중간고사 성적표가 나온다. 시간이 별로 없지만, 막판 초치기로 점수를 끌어올리는 경우도, 그 반대의 사례도 의외로 많다.

강주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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