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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3600년 전 미라에 묻은 치즈, 뭘로 만들었나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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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가장 오래된 유제품 정체

우유-염소젖 케피르 치즈로 확인

치즈 속 락토바실루스 유전자 분석

유산균, 인체 적응도 높이며 진화

동아일보

중국 북서부 신장 지역에서 발견된 청동기 시대 미라. 리원잉 제공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치즈의 정체는 동물의 젖을 유산균과 효모 등 미생물로 발효시켜 만든 ‘케피르(kefir) 치즈’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치즈를 만들 때 쓰이는 유산균이 인간의 식생활에 영향을 받아 진화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푸차오메이 중국과학원 척추동물 고생물학 및 고인류학연구소 교수팀은 약 3600년 전 미라에서 발견된 고대 치즈의 기원과 치즈 발효에 쓰이는 미생물의 진화 과정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25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셀’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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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에서 발견된 케피르 치즈. 양이민 제공


20여 년 전 중국 북서부 타림 분지 샤오허 공동묘지에서 청동기 시대의 미라들이 발견됐다. 당시 과학자들은 미라의 머리와 목에 묻은 흰색 물질을 발효 유제품의 일종으로 추측했지만 정확히 밝혀내지는 못했다. 연구팀은 유제품으로 추정된 샘플에서 세포 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하고 DNA가 소와 염소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추가로 발견된 미생물 DNA에는 지금도 케피르 치즈를 만들 때 흔히 쓰이는 미생물인 ‘락토바실루스 케피라노파시엔스(학명 Lactobacillus kefiranofaciens)’ 등 다양한 미생물과 곰팡이가 포함됐다. 고대 유제품의 정체가 우유나 염소젖으로 만든 케피르 치즈로 확인된 것이다.

푸 교수는 “지금까지 발견된 치즈 샘플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며 “치즈 같은 식품은 수천 년 동안 보존되기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고대 치즈 속 락토바실루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현대의 같은 종과 비교해 지난 3600년 동안 미생물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파악했다. 그 결과 락토바실루스는 다른 균주와 유전물질을 교환하며 점차 유전적 안정성과 발효 능력이 향상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현대의 락토바실루스는 과거보다 인간의 장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유전적 교류를 통해 인간 숙주에 더 잘 적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락토바실루스는 크게 러시아와 티베트에서 각각 유래한 두 그룹으로 나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요구르트나 치즈를 만드는 데 가장 널리 쓰이는 건 러시아 유형이다. 고대 치즈에서 발견된 락토바실루스는 티베트 유형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케피르 문화’가 러시아 북코카서스 산악 지역에서 시작돼 전파됐다는 오랜 믿음에 도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푸 교수는 “고대 치즈를 연구하면 조상들의 식생활과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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