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한 달 만에 금리 인상 재개… 대출 채널 절반인 모집인 접수도 중단
은행 자율적 관리 기조에 달라진 금감원… "경영계획만 잘 지켜달라"
(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8월 한 달 동안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9조3000억원 급증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8조2000억원 늘었다.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24년 8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30조원으로 전월 대비 9조3000억원 증가했다.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3년 1개월 만에 최대 증가액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2024.9.11/뉴스1 Copyright &co /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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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이 금리 인상 재개와 모집인 접수 중단 등 대출 옥죄기를 강화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경영계획만 잘 지켜달라"고 강조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실수요자 피해를 우려해 잇따른 금리 인상과 일률적 대출 제한을 비판했지만 최근 은행의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가 강조되면서 태도가 바뀌었다. 금감원은 가계대출 관리 계획대로만 진행되면 은행의 자율적 정책에는 최대한 개입하지 않겠단 입장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최근 금리 인상과 모집인을 통한 대출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문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우리은행이 다음달 2일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고 0.20%P(포인트) 인상한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4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0.20%P 인상한다. 전세자금대출도 만기·보증기관에 따라 0.10~0.45%P 올린다.
IBK기업은행은 다음 달 2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55%P, 전세자금대출은 0.30%P 올릴 계획이다. SC제일은행도 지난 25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0.20%P 인상했다. 시중은행이 금리 인상을 재개한 건 지난달 말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27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집단잔금대출 접수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지난 10일부터 수도권에서 모집인 대출을 막은 데 이어 대출 제한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우리은행도 다음 달 중순부터 연말까지 전국에서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입주자금대출을 중단한다.
소비자가 대출 모집인을 통하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하지만 모집인이 대출을 부추겨 가계부채 증가에 기여한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신규 주담대 잔액은 23조135억원인데 이 중에서 약 절반이 대출 모집인을 통해 늘었다. 은행이 모집인을 통한 접수를 중단하면 대출 채널의 절반이 막히는 셈이라 소비자 불편이 불가피하다.
이에 금감원은 가계대출 경영계획만 잘 지킨다면 은행의 관리 정책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모집인 대출 중단과 같은 대책도 은행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금융당국과 사전 교감이나 압박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은행 자율적 가계대출 관리가 강조되면서 금감원 태도도 이전과 달라졌다. 앞서 금감원은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비판하면서 개입했다. 은행이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7~8월 22번이나 대출 금리를 올리자 이복현 금감원장이 "은행의 금리 인상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었다"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이어 은행이 금리 인상 대신 유주택자 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자 이 원장은 "실수요까지 제약받아선 안 된다"며 다시 제동을 걸었다. 금융당국이 정책 혼선을 유발한다는 비판 속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가계대출 관리는 은행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정리하면서 상황은 마무리됐다.
모집인 대출 중단에 따른 실수요자 피해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정말 대출이 필요한 소비자는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면 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 채널만 제한했을 뿐이지 소비자가 번거롭긴 하지만 여전히 창구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며 "감독 당국 입장에서 은행의 관리 정책에 뭐라고 하긴 어렵고, 다만 가계대출이 더는 급격히 확대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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