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핵잠수함. /중국선박공업집단(CSIC) 홈페이지 |
4개월 전 중국 조선소에 정박 중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잠수함이 중국이 개발하던 최신형 핵추진잠수함(SSN)으로 확인됐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브렌트 새들러 선임 연구원은 “이번 사고는 중국의 핵잠수함(핵잠) 함대 확장 계획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했다. SSN은 소형 원자로를 동력 삼아 움직인다. 전략핵잠수함(SSBN)과 달리 핵무기 탑재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25노트(시속 46㎞) 이상의 빠른 속도로 장시간 항해하며 수중 공격을 펼칠 수 있어 위협적이다. 이 SSN은 중국이 자체 설정한 해상 방어선인 ‘1도련선’ 장악 목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중국이 이번 사고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구축해온 핵잠 전력의 실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송윤혜 |
WSJ에 따르면, 중국 우한시 우창의 국영 조선소에서 건조된 잠수함이 지난 5월 말 출항을 앞두고 장비를 갖추는 장면이 위성 사진에서 관찰됐다. 그러나 침몰 사고가 난 직후로 보이는 6월 초에는 대형 크레인선이 이곳에 도착해 잠수함을 인양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침몰한 잠수함은 중국이 미국의 핵잠 전력을 따라잡기 위해 개발한 최신형 SSN인 ‘저우(周)급’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중국 해군은 핵잠의 등급에 옛 왕조의 이름을 붙인다.
침몰 잠수함은 기동력 향상을 위해 구형과 달리 선미(船尾)가 ‘X자’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WSJ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침몰 당시 핵연료를 싣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이 보도를 확인하면서도 잠수함이 핵연료를 싣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우창 조선소의 잠수함 침몰 주장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침몰 잠수함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수(隋)급과 같은 모델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예비역 해군 대령)은 본지에 “미 정보기관이 침몰한 잠수함이 저우급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 근거가 공개되지 않았고 침몰 장소로 지목된 조선소도 디젤 잠수함을 주로 제조하던 곳”이라면서 “(중국 소셜미디어 등에서 일부 공개된) 수급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중국은 1970년대부터 핵잠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최근 원양(遠洋) 전력 확장을 위해 핵잠 개발 속도를 높이면서 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다. 중국은 동북아 최초의 핵잠 보유국이다. ‘중국 핵잠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시아 유학파 핵 전문가인 펑스루가 1958년 정부 승인을 받아 핵잠 프로젝트를 개시했고, 이듬해 마오쩌둥이 지도부 회의에서 “핵 잠수함, 1만년이 걸려도 꼭 만들어내라”고 호통을 쳤다. 1974년 중국 첫 핵잠인 한(漢)급 ‘창정(長征) 1호’가 해군에 배치됐다. 배수량 5500t급으로, 2013년 퇴역까지 사실상 중국 해양 전력의 중요 축이었다. 그러나 이 잠수함은 서방의 재래식 잠수함보다 소음이 30~40dB(데시벨)가량 큰 140dB에 달해 ‘수중 경운기’란 굴욕적인 별명을 얻었다. 2004년 10월엔 한급 잠수함이 일본 영해에 들어갔다가 위치가 발각돼 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에 한 달 동안 쫓겨 다니는 일마저 발생했다.
그래픽=송윤혜 |
1980년대까지 중국은 핵잠 구색 갖추기에 우선 집중했다. 1987년 자국 최초의 SSBN인 ‘샤(夏)급’ 잠수함을 공개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는 SSBM은 미국에서도 ‘핵 3축’으로 꼽히는 전략 무기이기에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샤급은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SSBN’이란 평가를 받았고, 원자로 등에도 문제가 있었고, 최대 4척이 만들어졌지만 중국 해역을 거의 떠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샤급은 중국 핵잠 개발 기술 발전의 발판이 되어 지금의 중국 주력 SSBN인 ‘진(晉)급’이 2007년 취역하게 됐다. 최소 6척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 진급은 배수량이 샤급보다 40% 늘어난 1만1000t이고, 소음 문제도 크게 개선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미국을 긴장시킬 정도로 중국 신형 핵잠이 뛰어난 기능을 갖췄다고 알려졌다. 2006년 취역한 상(商)급 SSN은 전작인 한급에 비해 소음이 크게 개선됐고, 개발 중인 수급은 미국 버지니아급 SSN과 외형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군은 한 척 건조에 최소 2조원 정도가 들어가는 핵잠 개발에 예산을 아끼지 않는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중국이 끊임 없이 새로운 모델의 핵잠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개발 시도를 하면서 실수가 발생하고 있지만 핵잠 기술 수준은 이제 두려워 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각국이 군비 증강에 나서면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핵잠 확보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미국·영국과 군사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결성한 호주는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버지니아급 SSN 5척을 구매하기로 했는데, 호주가 실제 보유하게 되면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에 이어 여섯 번째 핵추진잠수함 보유국이 된다. 지난해 미 국방부 보고서는 “중국이 대만을 지원하는 미국 등을 견제하고 일본·대만·필리핀에 맞서 해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핵잠 등 군사력 확대에 적극적”이라고 분석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예산평가센터(CSBA)는 중국이 2030년까지 핵잠 보유량을 최소 10척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SSBN과 SSN
‘핵잠’으로 통칭되는 전략핵잠수함(SSBN)과 핵추진잠수함(SSN)은 핵무기 탑재 가능 여부로 구분된다. 이니셜 중에서 SS는 잠수함(Ship Submersible)을 뜻하고 N(Nuclear·핵)은 소형 원자로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SSBN에만 들어 있는 B는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s) 탑재를 가리킨다. 이 탄도미사일에는 핵탄두 장착도 가능하다. 이때문에 SSBN은 SSN보다 훨씬 크고, 건조 비용도 많이 든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