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분석…김정은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전 '통일' 들어간 조문도 삭제
김정은, 신형 전술탄도미사일발사대 인계인수 기념식 참석 |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북한이 2022∼2023년 형법을 여러 차례 개정하면서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죄목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연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선포하기 전에 형법에서는 이미 통일이 포함된 조문이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연구원의 이규창 인권연구실장, 황주희 북한인권실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2022년 5월 17일 개정 형법과 2023년 12월 24일 개정 형법을 비교해 27일 발간한 '2023년 북한 개정 형법 분석과 평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2022년 12월 24일과 2023년 7월 29일에도 형법을 개정했지만, 그 내용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형법상 사형이 가능한 죄목은 2022년 5월 11개에서 2023년 12월 16개로 5개 증가했다.
법정 최고형에 사형이 추가된 5개 죄목은 ▲ 반국가선전·선동죄 ▲ 무기·탄약비법제작죄 ▲무기·탄약비법사용죄 ▲ 폭발물비법제조·보관죄 ▲ 폭발물비법사용·양도죄이다.
무기와 탄약, 폭발물의 불법적인 제조·사용·양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김 위원장과 그 일가의 안전 도모를 강화하려는 조치일 수 있다고 보고서는 해석했다.
형법은 체제 보위를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됐다.
북한이 '우리국가제일주의'를 통치 이데올로기로 내세우는 와중에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國旗)와 국장(國章)을 훼손하면 5년 이하, 죄질이 무거우면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는 죄를 신설한 게 대표적이다.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할 경우 법정형을 3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서 10년 이하 노동교화형으로 높인 것 또한 체제 보위 강화 조치의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보고서는 "체제 보위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점을 말해준다"며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외부 정보, 문화 유입이 북한 사회와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또 형법에서 '조국과 민족반역행위를 뉘우친 자에 대한 형사책임', '조선민족해방운동탄압죄'를 형법에서 삭제했는데, 해당 조문에는 원래 '조국통일'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포한 뒤 통일을 포함한 남한과의 연결고리를 지우라는 지시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형법 개정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지난해 12월 26∼30일 노동당 전원회의 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북한이 형법에서 통일이 들어간 조문을 삭제한 시점은 특정할 수 없지만, 당 전원회의보다 앞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통일 지우기'는 그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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