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폐사율 97% 어업인들 악몽…경남 남해안 2016년부터 피해
기후변화에 고수온 지속…'대체어장'·'월하장'·'강한 종자' 대책 추진
멍게 |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향긋한 바다향과 짭조름한 맛으로 사랑받는 '바다의 꽃' 멍게가 기후변화로 인해 생멸 위기에 몰렸다.
경남 통영·거제를 중심으로 한 양식업계는 고수온으로 최근 몇 년간 멍게가 폐사하고 생산량이 급감하는 추세가 이어지자 거듭 어려움을 호소한다.
지자체와 관계기관은 일종의 피서지인 '월하장'(越夏場)을 찾아 나서는 등 고수온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분투하고 있다.
지난해 고수온에 녹아내린 멍게 |
◇ "지난해 고수온에 폐사율 97%"…멍게 양식업계 초토화
멍게는 경남이 주산지다. 전국 생산량의 70∼80%가량인 연간 3만t 안팎이 통영·거제를 중심으로 한 경남 남해안에서 난다.
지난해는 이곳 양식업계에 악몽 그 자체였다.
어업인들이 양식어장에서 끌어올린 5m 길이 망(봉)에는 붉고 주황빛을 띠는 싱싱한 멍게 대신 희고 뿌옇게 폐사한 멍게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원인은 뜨겁게 달궈진 바다였다.
어업인들은 "바다가 멍게를 삶았다"며 어느 어가할 것 없이 망연자실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7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비도 태풍도 안 와서 물이 정체된데다 수온이 30도까지 올라가다 보니 멍게가 생육한계를 넘어서 다 녹아버렸다"며 "수확할 물량이 없으니 보유 중이던 냉동 멍게까지 동이 났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멍게를 판매하는 도내 한 수산업체 관계자는 "수온이 계속 오르면서 생산량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어업인들이 나름 대비를 한다고 했는데, 지난해 유례 없이 너무 크게 피해가 났다"며 "한 해 농사를 다 망친 셈이니 분위기가 많이 안 좋았다"고 회상했다.
통영에 본소를 둔 멍게수하식수협(멍게수협)이 공식 집계한 지난해 멍게 폐사율은 97%였다.
수확할 멍게가 전멸하다시피 한 탓에 멍게수협이 2011년 공판장 개장 이후 매년 진행해오던 초매식도 올해 초 사상 처음으로 취소됐다.
어가 규모에 따라 자부담 비용이 연간 수백만∼수천만원까지 이르는 고수온 특약 양식보험에 가입한 어가는 지난해 1곳에서 올해 68곳으로 급증했다.
다행스럽게도 올여름은 고수온 여파를 피해 갔지만, 멍게 어업인들은 불안한 마음을 완전히 놓지 못하고 있다.
고수온에 폐사한 멍게 |
◇ 2016년부터 고수온에 멍게 폐사…"앞으로도 피해 지속 가능성"
고수온으로 인한 경남 멍게 어업피해는 지난해만의 일이 아니다.
경남에서는 2016년 무렵부터 고수온으로 인한 멍게 폐사 피해가 지속해 발생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과원) 남동해수산연구소 자료를 보면 2016년에는 373줄(피해액 5억9천만원), 2017년에는 576줄(10억4천만원), 2018년에는 1천194줄(22억원) 규모의 피해가 났다.
고수온에 따른 멍게 피해는 2019년 237줄(4억4천만원)로 줄었다가 2023년 1천376줄(35억8천만원)로 다시 늘어났다.
그러다가 지난해 역대 최대 피해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멍게를 양식하는 통영·거제 242개 어가가 112억원 상당 피해를 본 것으로 경남도는 집계했다.
멍게는 한계수온(26도)에 근접한 수온 25도 이상에서 대사·조직 이상이 발생해 성장이 저해된다.
26.5도 이상이 되면 호흡 정지로 인해 장기간 고수온에 노출될 경우 결국 폐사에 이른다.
수과원 해양환경측정망 수온 관측 자료를 보면 멍게가 줄폐사한 지난해 8월 중순경 통영지역 표층 수온은 29.4도로 역대 최고 수온을 나타냈다.
또 최근 10년 내 멍게를 포함한 수산물 폐사가 많았던 해 통영에서는 공통으로 표층 수온이 26도 이상 장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었다.
수과원은 이같은 멍게의 특성과 향후 수온 전망 등을 고려할 때 고수온에 의한 멍게 양식 피해가 향후 되풀이될 것으로 예측한다.
수과원 관계자는 "SSP5-8.5 시나리오(수온이 5∼8.5도 상승하는 고탄소 변화 시나리오)에 기반한 미래 수온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해안은 2100년까지 현재보다 약 4도 안팎 상승하는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심이 얕은 연안에서 수하식(垂下式·부표에 매달린 줄을 이용한 수중 양식)으로 멍게 양식을 지속할 경우 고수온에 의한 폐사 피해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바다의 꽃' 멍게 |
◇ 멍게 피서지 '월하장' 적지 찾고·고수온에 강한 종자 개발
경남도, 통영시·거제시 등 지자체와 관계기관은 지속 가능한 멍게 어업을 위해 고수온에 더 안전한 대체어장 개발, 월하장 선정 등에 나섰다.
도는 우선 올해 어가 9곳에 '대체어장' 승인을 내줬다.
멍게 어가들이 수심이 비교적 얕은 기존 내만 쪽 어장을 떠나, 더 수심이 깊고 수온이 낮은 곳에서 양식을 할 수 있게 해 고수온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도와 수과원 등은 월하장 적지를 찾기 위한 연구에도 착수했다.
양식산업발전법상 도지사는 양식수산물의 여름나기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일정 수면을 월하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관계기관은 올해 통영·거제지역에 1곳씩 각 2㏊ 규모로 어장을 설치해 월하장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개인 어가 2곳도 월하장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월하장 후보지 4곳의 수심은 30m 전후로 기존 어장보다 더 깊다.
수과원은 지난해 10월 출범한 '멍게 양식 안정화 TF' 활동을 통해 멍게의 고수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남해안 양식 적정 수심을 10m 이상으로 확인한 바 있다.
도 등은 멍게 월하장 후보지가 여름나기에 적합한지, 생존율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연구해 그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2027년 무렵 월하장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멍게수협과 어업인들은 기후변화 속 지속 가능한 멍게 양식업을 위해서는 고수온에 강한 종자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도 요구한다.
수과원은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내년부터는 국가R&D(연구개발) 신규 과제로 '수하식 양식품종(참굴·멍게)의 종자관리 고도화 연구(2026∼2030)'도 수행한다.
수과원 관계자는 "이 연구를 통해 멍게의 종자관리 고도화를 위한 조기 종자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양성 단계별 복합 환경 인자가 멍게 생존과 성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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