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 전 KBS 아나운서. 현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어특위위원. 가천대 특임교수
강성곤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
◇ 알은체/ 알은 척
'아는 체/아는 척'과 '알은체/알은척'은 다르다. '아는 체하다/아는 척하다'는 뭔가를 모르는데 아는 것처럼 행세하는 경우에 쓴다.
지식이나 정보 등이 아는 대상에 해당한다.
'알은체하다/알은척하다'는 '사람을 보고 인사하는 표정을 짓는다'가 사전적 정의다. 아는 사이, 관계성을 뜻한다.
"우리 앞으로 서로 알은척하지 말자." 제대로 쓴 것이다.
아는 척, 아는 체는 원칙적으로 띄어 쓰지만, 알은체, 알은척은 붙여 쓴다. 후자는 한 단어라 그렇다.
좀 아는 체했다고 알은척도 안 할 일은 아니다.
◇ 옹니?
'옥니'를 옥(玉)니-, 혹은 옹니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후자는 혹시 '옹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옥니는 순우리말로 '안으로 옥게 난 이'다.
'옥게'는 '옥다'에서 왔다. 안쪽으로 오그라들어 있는 것이 '옥다'의 뜻. 치아가 옥니인 사람을 '옥니박이'라고 한다.
대개 까다롭고 고집이 세며 각박하다는 편견과 마주한다. 관련 있는 단어로 '옥생각'도 있다. 생각이 옹졸하거나, 공연히 그릇되게 갖는 생각을 말한다.
한자 玉은 귀하고 좋은 것이나, 고유어 어간 '옥'은 그 반대인 셈이다.
◇ -워/ -와
'아름다와 | 가까와 | 아니꼬와 | 괴로와 | 고마와 (X)'
'아름다워 | 가까워 | 아니꼬워 | 괴로워 | 고마워 (○)'
단음절 어간을 가진 '곱다'와 '돕다', 이 둘만 '와'를 허용한다. 그래서 '고와', '도와'로 적는다.
나머지는 모두 다 어간 끝 'ㅂ'의 어미로 'ㅜ'를 택한다. 그래서 '워'로 적는다.
'고마워', '아름다워', '무거워', '즐거워', '아니꼬워', '괴로워'가 맞는 이유다.
어간 끝에 'ㅗ'나 'ㅏ'가 오면 '와'로 적고 싶은 충동을 모르는 바 아니나, '고마워', '정다운(정다워)', '그 사람다워' 등의 사례를 떠올리며 참고 달랠 일이다.
◇ 의/-에/ -에서
①문 앞에 물건이 있다.
②문 앞에서 물건을 찾는다.
③문 앞의 물건을 찾는다.
④문 앞에 물건을 찾는다.
넷 중에 어느 것이 이상한가? 당연히 ④다.
예컨대 "내 안에 내가 있다"는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에 문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에'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무언가를 찾는다는 건 행위, 동작이다. 그럴 땐 '-에'만으로는 부족하고, '-에서'가 돼야 한다. 앞말이, 행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처소(處所)의 부사어임을 나타내는 격조사가 '에서'다.
아니면 이런 경우 소유를 나타내는 조사 '의'로 '에'를 대체해야 한다. 어느 신문의 칼럼 제목이 '내 안에 나를 찾는다'로 돼 있었다.
본문의 '내 안에 존재하는 작은 나를 찾는 것이다'를 허투루 뚝딱 줄여버린 것이다.
뒷부분 "나를 찾는다"에 대한 고려를 안 한 실수다. '내 안의 나를 찾는다' 혹은 '내 안에서 나를 찾는다'
라야 맞는다.
◇ 추스리고?/ 설레임?/단언컨데?
'추스리고'가 아니라 '추스르고'가 맞는다. '가다듬다', '다루다', '다스리다'의 뜻으로, '추스르다', '추슬러', '추슬러라', '추슬렀다' 등으로 활용된다.
'추스리다', '추스려', '추스려라', '추스렸다'는 오류다.
'몸과 마음 추스리시길 바랍니다 (X)'
'몸과 마음 추스르시길 바랍니다 (○)'
아울러 '설레임', '설레이다'도 잘못이다. '설렘', '설레다'로 써야 바르다.
'설레임 ⇒ 설렘'
'단언하건대'의 준말인 '단언컨대'도 '단언컨데'라고 많이들 틀린다. '-건대' 자체가 고정된 어미 형태다.
'요컨대', '예컨대' 도 마찬가지다. '건데'는 '그런데'의 준말이다. '근데'도 맞는다.
주로 구어(口語)에서 쓰인다.
'단언컨데 ⇒ 단언컨대'
*더 자세한 내용은 강성곤 위원의 저서 '정확한 말, 세련된 말, 배려의 말', '한국어 발음 실용 소사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성도현 기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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