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중증환자 부담 안 늘어"…"국민 공감대 아직" 비판
"지원된 돈, 채용까지 이어질까" "전공의 없인 공염불"
2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혁신적 의료공급 및 이용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유정민 보건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장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및 의료공급체계 개편 방안과 관련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2024.8.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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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3년간 10조원의 건강보험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중증 진료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정부 계획에 의료 현장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투입된 재정이 전문의 채용으로 이어질지 의문인 데다 당장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의미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진료 비중을 50%에서 70%로 상향하는 등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일반병상은 최대 15% 줄이는 한편 중환자실이나 4인실 이하 병실의 입원료는 50% 높이는 등 중증환자 치료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다. 중환자실 수가 등에 6700억원, 중증 분야의 수술 수가를 올리는 일에 3500억원을 각각 지원한다.
그동안 상급종합병원과 2차급 종합병원이 같은 환자군을 두고 경쟁하던 관계를 진료 협력병원 간 전문 소견을 바탕으로 환자 치료에 협력할 수 있도록 '전문의뢰제'를 도입한다.
이 과정에서 상급종합병원의 전체 진료 규모가 축소될 수 있지만 복지부는 전문의, 간호사 등의 팀 진료로 인력 고용 수준을 유지하면서 중증 응급 진료에 집중하도록 이끌 방침이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위해 3년간 3조3000억원씩 약 10조원의 건강보험을 지원한다. 이는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건강보험과 10조원의 재정을 '의료개혁'에 투입하겠다던 기존 계획과 별개다. 결론적으로 의료개혁에 3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셈이다.
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2024.9.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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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에 지원하는 수가가 오르더라도 비상진료 기간에는 환자에게 추가 부담은 없다고 강조했다. 비상진료 기간이 종료되더라도 중증환자가 더 부담하지 않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가 가산은 일정액을 붙이는 형태로서, 환자 본인 부담이 가중되지는 않는다"며 "각 병원이 중증환자를 볼 수 있도록 수가 등 경제적 보상을 충분히 제공하겠다는 관점"이라고 했다.
그 대신 복지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 따라 앞으로 2차 병원급 진료 의뢰서나 중증 소견이 없는 경우, 상급종합병원 외래진료비 본인부담을 60%에서 100%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료계에선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의 방향성에 동의하면서도 투입된 돈이 병원의 전문의 채용이나 처우 개선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동네 병의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국민적 공감대도 모이지 않았다고 본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저평가된 수가를 올리는 일은 유인책으로서 필요하다. 그런데 경증 환자는 줄어 이익은 남지 않을 테니 병원이 전문의를 충원,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력에 대한 보상은 직접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3조3000억원도 40여개 상급병원에 분배되면 아주 적은 돈이다. 당장 병상을 줄이는데도 돈이 드는데 병원에도 부담"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필요한 일인데, 지금 당장 경증 환자가 믿고 갈 의료체계마저도 확립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이 지금 규모로 유지될 수 있게 지원이 어떻게 얼마나 필요한지 산출된 적 없이 사업이 이뤄지는 건 한계"라며 "경증 진료를 동네 의원과 종합병원이 맡을 텐데 구조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구조 전환 자체는 필요한 일"이라며 "그러나 상급종합병원 기능 강화에 들어가는 비용 순증을 정부와 병원이 감당해야 한다. 또한 경증 진료가 줄어든 데 따라 각 병원이 구조조정을 실행하느냐, 구조조정 없이 대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의대증원 발표 등을 접한 대다수 전공의들이 "더는 필수의료에 종사할 마음 없다"며 수련을 그만둔 가운데, 이번 발표가 이들의 복귀나 필수과 지원으로 이끌 수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내과 2년차 사직 전공의 A씨는 "과거 근무하던 병원에 따르면 내과 전공의 업무를 PA(진료지원) 인력으로 전환해 병동을 유지하고 야간당직은 촉탁의로 충당하고 있다"며 "당장 전공의 1명의 일을 3배의 비용을 쓰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A씨는 "병원 구조 전환이 옳은 방향이지만 현재 중증환자를 감당할 인력도, 추후 중증환자를 맡을 미래 자원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대로 해낼지 의문"이라며 "전공의 의존도를 낮출수록 전문의를 채용해야 할 텐데 비용, 상황 면에서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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